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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윤현정의 컬처&] '돈'보다 중요한 '가치' 찾아야 출생률 문제도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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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란 무엇일까? 한국개발연구원이 한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중산층의 기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부채 없는 30평대 아파트 △통장 잔고 1억 이상, 월급 500만원 이상 △2000cc 급의 중형차 등을 중산층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았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의 중산층이 점점 빠르게 확대하고 있음에도, 자신이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산층 10명 중 8명이 자신을 빈곤층으로 생각한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중산층의 기준도 같을까? 안타깝게도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적인 가치로 중산층을 정의하는 기준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프랑스 퐁피두 전 대통령이 그의 저서 '삶의 질'에서 정한 중산층은 △외국어를 하나 정도 구사하여 폭넓은 세계 경험을 갖출 것 △한 가지 분야 이상의 스포츠나 악기를 다룰 것 △남들과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음식을 만들 줄 알 것 △사회 봉사단체에 참여하여 활동할 것 등이다.

우리나라가 중산층을 주로 경제적 부를 기준으로 삼는 것에 비해 프랑스는 언어와 문화예술, 요리 등 자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삶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태도를 지녔는지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영국과 미국의 중산층의 기준은 큰 의미에서 거의 비슷한데, 미국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은 △자신의 주장에 떳떳할 것 △사회적 약자를 도울 것 △부정과 불법에 저항할 것이다. 그리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제시한 중산층의 기준은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나만의 독선 가지지 말 것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불의불평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가 개인의 삶과 가치에 중점을 두었다면, 미국과 영국은 개인의 신념과 타인을 위한 배려, 약자와 사회를 위한 존중의 가치를 중요시하고 있다. 이러한 각 나라의 중산층의 기준은 단지 사회의 중간계급을 논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나라 국민들의 삶의 철학과 가치를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국어사전은 중산층(中産層)을 재산의 소유 정도가 중간에 놓은 계급이라고 풀이한다. 한자가 가진 의미로도 산(産)은 생산하다의 의미로, '부(富)'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중산층을 중간계급(middle class)이라고 부르며, 그들이 정의하는 중간 계급의 조건 어디에도 재산과 월급 등 부(富)와 관련된 숫자만을 제시하는 경우는 없다.

한국이 경제적인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리서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선진국을 대상으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 미국의 한 리서치 조사에서 한국은 '물질적 행복'을 꼽은 유일한 나라이며, OECD 국가 중 60세 이상 부모와 자녀의 만남 횟수가 경제력과 비례하는 유일한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있어야 중산층이 될 수 있고, 돈이 있어야 행복하며, 돈이 있어야 부모와의 만남도 많아지는 기이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를 만큼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안, 본질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가르치는 것에 너무 소홀해진 것은 아닐까?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나, 아이를 낳지 않는 것 모두 우리 삶의 최고 가치가 '돈'이 되어버린 안타까운 현실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닥친 고령화와 출생률 저하 등 수많은 문제들을 그저 지원금과 단편적인 정책으로만 대응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 즉 문화와 예술, 소신과 배려, 가족과 건강 등의 소중함을 알고 느낄 수 있도록 사회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다.

시인·아이랩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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