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대통령실도 거든 ‘배임죄 폐지’, 주무부처 법무부는 “검토 없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감원 본원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제기한 배임죄 폐지론을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거들고 나섰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를 넘어 일반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상법 개정을 할 때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처로 이사의 배임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정부 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에선 상법의 골간을 바꿀 수 있는 내용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시장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일반 주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며 “다만 (이런 형태의 상법 개정을 할 때) 예상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이사들이 배임 처벌을 당하지 않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일반 주주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이때 이사의 결정에 일반 주주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배임죄로 형사처벌 받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성 실장의 이 발언은 이복현 금감원장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이 원장은 지난 14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일반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과 함께 “배임죄도 폐지하는 게 맞다”란 주장을 편 바 있다. 당시 이 원장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이 입장을 밝혔으나, 경제 정책 컨트롤타워인 성 실장이 공감을 드러내면서 ‘배임죄 폐지론’은 정부 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배임죄 폐지에 대한 정부 내 입장이 정리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성 실장도 한겨레에 “개인 의견”이라고 단서를 달며 “부처 간 대화가 더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내 상법 개정안을 제출하느냐’란 질문에 대해서도 “현 단계에선 확정할 수 없다. 부처 간 대화가 잘 안 되면 직접 조율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도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배임죄 폐지와 관련해 정부 입장이 정해진 건 아니다. 정부 입장을 밝히는 플랫폼이나 방식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토론 단계’이며 ‘부처 간 힘겨루기’가 진행 중이란 얘기다.



실제 상법 개정을 둘러싸고 정부 내에선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의견이 쏟아지는 중이다. 정부 일각에선 포이즌필(적대적 엠앤에이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에게 싼값에 주식을 매수할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 등 기존 주주의 경영권 방어 제도를 상법 개정에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터다. 시장에선 정부 내 조율되지 않은 목소리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쏟아지는 데 대해 불확실성만 높인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상법 소관 부처인 법무부는 배임죄 폐지론에 대해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박종오 김경락 기자 pjo2@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오직 한겨레에서 볼 수 있는 보석같은 기사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