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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엔비디아 ‘1억 칩’ 옆자리 마이크론이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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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아시아 최대 IT박람회 ‘컴퓨텍스2024’를 맞아 엔비디아는 차세대 인공지능(AI) 수퍼칩 ‘GB200’의 실제 양산 제품을 국내외 일부 취재진에 공개했다. GB200은 2개의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엔비디아가 자체 설계한 중앙처리장치(CPU) 한 개를 이어붙인 차세대 AI 가속기다.

올 연말부터 출시될 GB200의 가격은 개당 7만 달러를 넘는다. 원화 1억 원에 달하지만 이마저도 없어서 못 산다. 업계 1위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전 세계 서버 기업은 칩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입도선매’에 들어갔다.

대부분 반도체 회사들은 칩에 로고를 각인해 자사 생산 칩임을 표시한다. 엔비디아는 이날 GB200의 GPU에 케이스를 덮어뒀고 올해 반도체 업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의 공급사는 끝내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칩 아랫부분에 해당하는 CPU와 메모리 반도체는 별다른 조치 없이 공개됐다. 엔비디아 칩의 옆자리를 꿰찬 주인공은 ‘D램 최강자’ 삼성전자도, ‘HBM 리더’ SK하이닉스도 아닌 미국 마이크론이었다.

마이크론은 앞서 2022년 11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1β(베타) 공정을 적용해 LPDDR5X 개발을 마치고 고객사에 보낸다고 밝히며 반도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보다 한 세대 앞선 공정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았기 때문이다. 첨단 D램 공정은 1x·1y·1z 세대를 넘어 최근 1a(α)·1b(β)·1c(γ)로 접어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D램은 HBM·DDR·LPDDR·GDDR 등 D램 기반의 메모리 반도체 제품으로 완성된다. 삼성은 올 하반기부터 1b 공정 기반의 LPDDR5X 양산에 돌입한다.

당시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던 LPDDR5X는 애플 아이폰15 시리즈에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애플에 이어 이번엔 AI 선두주자 엔비디아까지, 마이크론이 잇따라 고성능 메모리 제품 공급에 성공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실제 D램 성능을 좌우하는 집적도 측면에서 마이크론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확실히 앞섰다고 단언하긴 어렵다면서도, 적어도 메모리 3사의 선단 공정 기술 격차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량과 수율은 여전히 문제가 많지만, 오히려 성능 자체만 보면 마이크론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로부터 반도체 관련 특허를 넘겨받은 특허관리기업(NPE) 미미르IP는 지난 3일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마이크론과 마이크론 제품을 사용한 테슬라·델·HP·레노버 등을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마이크론에 이직한 자사의 HBM 담당 연구원에 대해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메모리 업계의 경쟁격화에 따라 기술 유출에 대한 경계도 늘고 있는 모습이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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