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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한국 교육과정 몽골에 이식"… '몽골 교육의 아버지' 손문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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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몽골서 한국어 교육 '세종학당' 시초
세종학당 세계로 퍼져… 85개국 248곳 운영
몽골 최초 외국인 총장, 몽골 교육개혁 주도
한국일보

'몽골 교육 개혁의 아버지'로 불리는 손문 총장이 2016년 몽골민족대학 총장으로 근무할 당시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손문 총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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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한 손은 너 자신을 위한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라는 사실을···.”

화려한 영화배우의 삶 이면에 평생 타인을 위한 봉사를 잊지 않았던 오드리 헵번이 1993년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두 아들에게 남긴 메시지 중 일부다. ‘몽골 교육의 개척자’라 불리는 손문(66) 한가이대학 총장은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반평생 교육부 공무원으로 봉직하다 이역만리 몽골로 건너간 것도 이 좌우명대로 살기 위한 결정이었다. 2022년에는 이름까지 바꿨다. 그는 “원래 이름 ’손윤선’으로 나를 위한 삶을 살았다면 이제 ‘손문’으로 몽골인을 돕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최근 손 총장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가 몽골 교육 개혁에 앞장서게 된 사연을 들었다.

손 총장과 몽골의 첫 인연은 세종학당이었다. 세종학당은 국외 한국어, 한국문화교육 공공기관이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전 세계 85개국 248곳에서 운영 중인데 2007년 처음 문을 연 곳이 바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다.

당시 손 총장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교육문화과학체육부 장관 정책자문관으로 주몽골 한국대사관 교육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다. 그는 “처음 몽골에 와서 보니 한국으로 유학을 가려는 학생들은 많은데 정작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이 없었다”며 “이들에게 한국어를 기초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세종학당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몽골 세종학당 출신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가면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몽골 학생들이 ‘Sohn's Family’란 단체를 만들었고, 손 총장은 ‘Korean Father’라 불리기 시작했다. 2006년까지 한국으로 유학 간 몽골 학생이 350여 명이었는데, 세종학당이 생긴 뒤 3년 6개월 만에 4,500여 명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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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세종문화제를 연 뒤 손문(오른쪽에서 두 번째) 총장과 기념 촬영을 했다. 손문 총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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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다시 한국으로 복귀해 근무해 부이사관을 끝으로 퇴직한 손 총장은 2016년 몽골 최대 사립대학인 몽골민족대학교 총장으로 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해 8월부터 2021년 2월까지 4년 6개월간 재직했다. 몽골 최초의 외국인 총장이었다. 이후 2년간 몽골과학기술대학 석좌 교수를 거쳐 올해 2월부터는 5년 임기로 지금의 한가이대학 총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가이대학은 2001년에 설립된 학교로 유초중고와 직업학교, 대학이 있다. 대학은 12개 학과로 1,300여 명의 학생과 300여 명의 대학원생이 재학 중이다. 손 총장 부임 후 한가이대학에서 한국어는 필수 과목이 됐고, 고교 과정에서는 한국어 유학반을 별도 모집하는 등 교육 과정이 한국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오는 9월엔 몽골 최초로 대학에 인공지능(AI) 학과를 설립할 계획이다. 또 이 밖에도 △대학수학능력시험제 도입 △10학년제에서 12학년제 개편 등 손 총장은 한가이대학뿐 아니라 몽골 전체 교육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몽골 최고 훈장인 ‘북극성 훈장’에 이어 교육훈장, 문화훈장, 국방훈장, 금관 우정훈장 등을 받았다. 또 몽골 울란바토르 바양골구 명예시민이기도 하다.

몽골 현지에서 ‘교육의 아버지’라 칭송받지만 그는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손 총장은 “조국이 잘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자부심이고, 자랑인지 외국에 살게 되면 뼈저리게 느낀다”며 “훈장을 받고 대학 총장이 된 것도 제가 무엇을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가 선진국 수준이기 때문에 그 수혜를 입은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윤형권 기자 yhknew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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