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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태양계 밖의 47살 보이저 1호...원격 수리로 반년 만에 기능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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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보이저 1호. /미 항공우주국(NASA)


인류 사상 최장거리를 여행 중인 우주선 ‘보이저 1호’가 다시 깨어났다. 지난해 11월 탑재된 컴퓨터 1대가 고장을 일으키며, 제대로 된 데이터를 전송하지 못해 사실상 임무가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끈질긴 ‘원격 수리’를 통해 약 7개월 만에 정상 임무에 다시 돌입한 것이다. 지구로부터 240억㎞나 멀리 떨어져 있어, 지구와 신호를 주고받는 데만 꼬막 45시간이 걸렸다.

1977년 우주로 발사된 보이저 1호는 2012년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인터스텔라) 우주를 탐사하고 있다. 하지만 보이저 1호의 남은 수명은 길어야 6년. 발사 후 50년이 되어 가는 보이저 1호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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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최고령 탐사선의 저력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보이저 1호가 정상적인 관측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이저 1호는 지난해 11월 ‘비행 데이터 시스템(FDS)’이라는 탑재 컴퓨터 3대 중 1대에 문제가 생겼다. FDS의 소프트웨어 코드를 포함한 메모리 일부를 저장하는 반도체가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관측 데이터가 지구로 전송되기 전에 정리해주는 기능을 하는 FDS에 문제가 생기면서, 보이저 1호는 0과 1이 반복되는 의미 없는 신호만을 지구 관제소로 보냈다.

이처럼 보이저 1호는 오랜 임무 기간 탓에 크고 작은 고장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보이저 1호에 대한 물리적인 수리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NASA는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면 전파를 쏴 원격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보이저 1호를 보완해왔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240억㎞ 떨어진 보이저 1호에서 시속 빛의 속도(초속 30만㎞)로 신호를 보내도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2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보이저 1호에 명령을 보내고 회신을 받는 데만 45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FDS에 대해서도 지난 4월 NASA는 원격 복구에 나섰다. 반도체를 수리할 수는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FDS 메모리를 다른 부분에 옮겨 통신이 일부 복구됐다. 이후 지난달 추가적인 수리를 통해 4개의 관측 기기 중 2개가 복구됐고, 이달 들어 4개의 기기가 모두 작동하기 시작했다. NASA는 “4개의 장비는 플라즈마 파동과 자기장, 입자를 연구한다”며 “작년 11월 발생한 기술적 문제 이후 처음으로 정상적인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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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끝 보이는 여정, 후속 프로젝트도

보이저 1호는 현재 지구에서 240억㎞ 떨어져, 인류 역사상 가장 먼 거리를 항해하고 있다. 보이저 1호는 1977년 9월 5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서 발사됐다. 당초 목표는 목성과 토성의 탐사였고, 예상 임무 기간도 4년에 그쳤다. 실제로 보이저 1호는 1979년 목성, 1980년 토성 탐사에 성공했다. 그런데 해당 임무를 마친 후에도 보이저 1호는 끝없이 나아갔다. 1990년에는 명왕성 인근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인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을 남겼다. 지난 2012년 8월 25일에는 태양풍의 영향력이 미치는 태양권을 벗어난 뒤 성간 우주를 여행하며 성간 우주를 관측한 정보를 지구로 보내고 있다.

하지만 보이저 1호도 세월을 이기지는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동력이다. 보이저 1호는 ‘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RTG)’로 동력을 얻는다. RTG는 플루토늄-238이 자연 반감되면서 발생하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일종의 ‘원자력 배터리’인데, 그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이미 전력을 아끼기 위해 보온장치의 가동을 중단했고, 발사 때 탑재된 10개의 과학 장비 중 4개만 가동하고 있다. NASA는 이르면 2025년, 늦어도 2030년 안에는 보이저 1호의 수명이 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능이 정지된 보이저 1호는 공기 저항이 없기 때문에 비행 속도를 유지하며 우주를 떠돌게 될 전망이다.

보이저 이후 심우주 성간 공간을 연구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준비되고 있다. NASA는 2025년 태양권과 성간 우주를 탐사하기 위한 ‘성간 매핑 및 가속 탐사(IMAP)’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성간 물질, 태양계의 경계, 우주에서 입자가 고에너지로 가속되는 이유 등을 파헤치기 위해 10가지의 과학 장비가 탑재될 전망이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50년 전 기술로 만든 보이저 1호가 우주 방사선과 가혹한 환경을 견디고 태양계를 벗어나 항진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이후 발전된 기술을 응용한 후속 임무를 통해 풀리지 않은 과학적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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