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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조용할 때 문제 키운다?··· 美 증시, 공포지수 최저에도 시장은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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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시, 29번 기록 경신에도 VIX는 ‘역대급’ 바닥

강세장에 변동성도 크게 줄어 투자자들 ‘의아’

“잔잔한 날 비눗방울 불기 쉽지만 바람 불면 터져”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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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에서 ‘공포지수’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해 나가는 상황에서 변동성도 크지 않은 독특한 장세를 보이는 것이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현재와 같은 고요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해 경계심을 높이는 분위기가 나타난다.

1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지난 13일 12선 밑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VIX가 12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9년 11월 이후 약 4년 6개월 만이다. VIX는 주가지수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 기대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수다. 통상 급락장에서 지수가 급등하는 경향이 있어 공포지수로 불린다..

최근 미 증시는 강세장 속에서도 변동성 또한 크게 낮은 모습이다. 실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29차례 최고가를 경신하며 작년 말 대비 약 14% 상승했다. 하지만 일간 지수 등락폭이 1%를 넘어나는 일이 드물었고 등락폭 2%보다 컸던 날의 경우 단 하루에 불과했던 것으로 집계된다.

현재 증시는 미국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와 함께 기업이익이 증가한다는 판단이 떠받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도 증시에는 호재다. 올 하반기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붐의 수혜를 입은 엔비디아, 애플 등 ‘빅테크’의 주가도 시장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극단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는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많다. 투자자들이 경계심을 늦추고 고위험 투자에 나서면서 추후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05~2007년 VIX는 현재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80을 넘어섰따.JP모건에셋매니지먼트의 글로벌 전략가 데이비드 캘리는 “아주 잔잔한 날에는 비눗방울을 불기 쉽다”면서 “바람이 불면 터지게 된다”고 말했다.

시장 주도주가 일부 대형 기술주에 집중된 것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른바 쏠림 현상으로 시장의 취약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S&P 500의 구성 종목 중 상위 10개가 차지하는 비중은 36.8%로 2000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상황이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최고전략가는 “현재 시장은 공포보다는 탐욕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더 오래 지속할수록 시장이 더욱 취약해진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S&P 500의 12개월 선행 PER은 21배 수준인데 이는 지난 10년 평균 PER 18.1배보다 높다. 그만큼 예년 평균에 비해 미국 주식들이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최고글로벌전략가는 “시장을 무너뜨리는 것은 보통 외부 충격인 경우가 많았다”라며 “그런 사건을 ‘블랙스완’(발생 가능성이 극도로 낮은 사건)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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