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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원자력 혜택, 미래 세대엔 빚더미"…서균렬 교수의 '인문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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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동일본대지진 여파로 이어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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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문제는 현 세대에서 끝나지 않아요. 우리는 원자력으로 많은 혜택을 누렸지만 미래 세대는 폐기물 같은 문제를 수습해야 하는 거예요.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핵에 대해 관점을 바꾸어야 할 때, 인문적 관점에서 정리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핵은 초국경, 초세대, 초과학의 사안입니다. 물론 과학으로 묻고 과학으로 답해야겠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말씀이지요. 인문학이 들어와야 합니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핵이 지배하던 세상을 지나 인공지능이 군림하는 시대의 초입에 이미 들어섰다고 말한다.

달을 정복하고 화성을 탐사한 인류가 머지않아 외계로 여행을 다니게 될 것인데, 그때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며 왜 부질없이 핵으로 반목하고 서로를 위협하며 시간을 허비했는지, 왜 철학에서 위안을 찾지 않고, 인문에서 구원을 받지 않았는지 반문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핵은 사양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무기를 만들어 인류를 대량 살상하고 전기를 얻어 풍요를 추구하던 시대가 가고 있어요. 저도 공학자입니다만, 이 모든 것이 핵의 도구화에서 비롯했다고 봅니다. 이용하되 목적과 맥락을 생각하지 않았던 거예요. 제가 '핵 인문학'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이제는 핵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해요. 그래야 길이 열립니다."

저자는 세계적인 원전 기술 기업이자 한국 원전의 핵심 기술 특허를 보유한 웨스팅하우스에서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원전 사고가 났을 때, 대량의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원자로가 뚫렸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를 공학적으로 계산하는 커퓸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개발 책임자로 일했다. 그런 그가 핵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핵공학자인 저자 스스로도 "기술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어놓을지는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벌써 통제되지 않는 인공지능을 걱정한다. 우리가 이미 '통제되지 않는 핵'의 결과를 경험하지 않았느냐"며 "미국은 얼마 전만 해도 또 신형 핵무기 개발을 위한 '미임계 시험'을 감행했다. 핵 물질만 안 들어갔지 엄연한 핵실험이었다. 러시아, 중국, 북한 보란 듯 하는데, 이래 가지고 어디 '핵 없는 세상'이 과연 오기나 할까"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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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와영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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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리가 원자력으로 많은 혜택을 누렸지만, 미래 세대가 핵폐기물 같은 문제를 수습해야 하기에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 있는 발전소를 최대한 활용하되, 서서히 대체 에너지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너지 정책은 '원자력이 답'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 사람들이 결정해서는 안 되며, 환경과 우리 삶과의 영향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한 핵의 위협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지만 국내 역시 내부적으로 쌓인 핵물질이 만만치 않다며, 핵발전소가 밀집돼 있는 데다 지역 인구 밀도가 높지만 대피 시설 부족, 방사성 물질로부터 탈출하기도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겉으론 완벽하게 관리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생존의 무방비 상태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핵은 호국경, 초세대, 초과학의 사안이기에 과학만으로 답을 찾는 것은 부족하다면서 인문학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한다. 공학이 아닌 인문적 관점에서 거시적 안목으로 핵에 대한 정책을 결정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가 강조하는 '인문핵'의 단초다.

서균렬 지음 | 철수와영희 |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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