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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집단휴진에 텅빈 서울대병원...환자 “항암 연기는 사망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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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외래 찾은 인원 평소 절반 줄어

병원 수술장 가동률 62.7→33.5% 감소

산부인과 환자 “제왕절개수술 날짜도 미뤄”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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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 등이 의사 휴진 철회를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의대생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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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과대학 소속 병원 교수 과반이 17일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서울대병원을 왕래하는 인원은 평소보다 절반 이상 줄었고, 환자들의 불만은 속출했다. 18일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의 ‘집단 휴진’이 예정되면서 전례 없는 ‘의료 공백’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진료 거부에 ‘구상권 청구’ 카드를 꺼내며 강경 대응 방침을 세웠다.

이날 의대 교수들 절반이 휴진에 참여한 서울대병원 내부는 한산했다. 평소라면 새벽부터 외래·채혈실 밖 대기 좌석은 환자들로 들어차야 했지만,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다. 전공의의 집단 이탈이 시작된 다음날인 올해 2월 20일과 비교해서 외래를 찾은 인원이 절반 이상 줄었다. 입원 수속 창구는 아무도 찾지 않은 채 텅비어 있었다.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무겁게 한숨을 쉬며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이 ‘사망 선고’라고 비판했다.

혈액종양내과 앞에서 만난 환자 A씨는 “이번주에 진료를 받기로 했는데 미뤄졌다”고 토로했다. 산부인과에서 만난 B씨 역시 “제왕절개 수술 날짜가 8월로 잡혀있는데, 오늘 예정됐던 진료를 미뤄버리면 어떡하냐”며 “일반 산부인과에서 꼭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왔는데 답답하다. 분만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기다리면 분만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환자 보호자실에서 만난 염모(69) 씨는 “항암 환자에게 휴진은 항암을 그만두라는 얘기인데, 그것은 환자에게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며 “서울대어린이병원 몇몇 과도 쉰다고 들었는데 아이들 불쌍해서 어떡하냐. 집단 휴진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8일부터 예고된 ‘의료 셧다운’을 걱정하는 글이 속출했다. 서울대병원을 다닌다는 환자 보호자 C씨는 “하루 빨리 이 사태가 끝나면 좋겠다”라며 “18일부터는 아이가 진료조차 못 받을까봐 걱정”이라고 썼다. 다른 환자 D씨는 “곧 출산인데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며 “환자들의 목숨보다 자신들의 돈이 중요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전체 진료 참여 교수(967명)의 절반 이상(529명·54.7%)이 휴진에 참여했다. 수술장 가동률은 기존 62.7%에서 33.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휴진 지지 의사를 밝힌 교수는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 529명을 포함해 전체 진료 참여 교수의 90.3%인 873명에 달한다.

서울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진료를 전면 중단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의 정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휴진 기간에도 진료가 꼭 필요한 중증·희귀질환자 진료를 하기 때문에 실제 진료 감소는 40%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에서는 집단 휴진을 설명하는 집회와 이들을 비판하는 집회가 연달아 열렸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이날 서울의대에서 무기한 휴진의 시작을 알리는 집회를 열고, 오후 1시에 ‘전문가 집단의 죽음’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진행한다. 앞서 16일 오후에는 대한노인회 회원 30여 명이 서울대병원 후문에서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의사들은 대학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과 긴급 진료를 해야 하는 환자까지 팽개치고 무기한 휴진을 선포했다. 전쟁 중에도 무기한 휴진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의협, 의대교수 단체, 개원의·봉직의 등도 역시 18일 ‘집단 휴진’에 돌입한다. 이날 휴진에 돌입한 서울의대 외에도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 의대 교수들도 적극적으로 휴진 동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병원들은 분만·소아·뇌전증 등 필수의료과목 일부 학회는 진료 유지 방침을 밝혔고, 대한응급의학회도 의료현장에 필요한 인력은 남겨둘 예정이다.

다만 병원장들이 교수들의 휴진을 불허하고 있고,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밝히고 있어 실제 참여율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네의원 등 개원가의 경우 13일까지 휴진 신청을 한 곳이 총 3만6371개 의료기관(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4.0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협은 16일 ▷의대 증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처분 취소와 사법처리 위협 중단 등 3가지 대정부 요구안을 공개하며,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 집단 휴진 보류 여부를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불법적인 전면 휴진을 전제로 정부에 정책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의대 정원과 전공의 처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미 여러 차례 설명했고,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의협 관계자는 “계획대로 휴진과 궐기대회를 진행한다”고 했다. 김용재·박지영 기자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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