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군인권센터 “경찰, ‘훈련병 사망 사건’ 중대장 변호사로 전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군인권센터 “경찰, 중대장 행동이 문제없었단 식으로 물타기하고 있다”

경찰, 훈련병 사망 18일 만에 중대장·부중대장 소환…영장 신청 불확실

지난달 군기훈련(얼차려) 도중 쓰러져 사망한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피의자인 중대장 측 입장을 해명해 주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계일보

지난달 30일 전남 나주시 한 장례식장 야외 공간에서 얼차려 중 쓰러졌다가 이틀 만에 숨진 훈련병에 대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7일 군인권센터는 “19일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훈련병 수료식이 예정돼 있고 이은 훈련병들이 가족을 만나는 날이다”며 “그러나 가혹한 얼차려로 세상을 떠난 A훈련병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서 입장문을 공개했다.

센터는 “사건 수사를 맡은 강원경찰청은 가해자 중대장, 부중대장을 소환조사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리면서 군인권센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물타기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2일 센터는 ″훈련병이 쓰러진 후 응급 후송될 당시 가해자로 조사를 받아야 할 중대장이 동행했고, 중대장이 군의관부터 병원 의료진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가혹행위와 관련한 상황이 축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센터 측은 “경찰은 ‘중대장이 후송에 동행한 건 맞지만 응급처치부터 민간병원 의료진에게 설명한 사람은 군의관’이라며 군인권센터가 발표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며 “마치 중대장이 한 행동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물타기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병원에서 군의관이 상황을 설명했을 수 있으나, 군의관 역시 얼차려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군의관에게 최초 상황을 설명한 사람은 중대장일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이후의 설명이 모두 오염된 것’이라 설명했다”며 “(경찰 측 입장은) 군의관이 사고 현장에 없었다는 사실관계는 교묘하게 가리고 최초 상황을 설명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는 지적을 엉뚱하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찰의 말이 사실이라면 최초 소대장이 훈련병 어머니에게 전화해 ‘연병장을 몇 바퀴 뛰다가 쓰러졌다’고 설명한 것도 군의관이 소대장에게 상황을 설명해줬다는 말인가”라며 “경찰의 말장난이 도를 넘고 있다”고 규탄했다.

세계일보

지난 12일 숨진 훈련명의 의무기록 공개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왼쪽).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센터는 신병교육대에 의무기록이 없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경찰 해명도 문제 삼았다. 훈련병 모친이 직접 군병원에 방문해 의무기록사본 발급을 요청했지만 군으로부터 ‘기록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게 센터 측 주장이다.

센터는 “신병교육대 의무실 진료 기록이 부존재했다는 명백한 사실을 공개했을 뿐이고 구급 기록이 없다고 한 바는 없다”며 “경찰 말 대로면 훈련병 어머니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인데 기가 막힐 노릇이다. 수사를 해야 할 경찰이 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해명에 골몰하고 있는 까닭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탄식했다.

유족 측이 주장한 것은 ‘신병교육대 의무실 진료 기록’인데 경찰이 이에 대해 ‘구급 기록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해명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가해자, 참고인 등의 일부 진술만을 발췌해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리며 군과 가해자들에게 유리한 정황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이 사건의 가해자는 중대장·부중대장이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18일 동안 가해자들을 입건도 안 했던 경찰은 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규명하지 않고 유가족 지원단체와 진위공방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나”고 비판했다.

세계일보

지난 12일 군인권센터는 군기훈련(얼차려) 도중 쓰러져 이틀 만에 사망한 육군 훈련병의 의무기록사본증명서를 공개했다. 군인권센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센터는 경찰이 유족에게 가해자 처벌을 놓고 부적절한 설득을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센터는 “지난 11일과 15일, 유가족 법률대리인과의 통화에서 ‘사건 발생 초기 유가족이 군 간부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다’며 두 번이나 유가족에게 ‘가해자 처벌의사’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떠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건 초기 유가족은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다수가 불필요하게 처벌받지 않길 바란다는 원론적 의사를 표했을 뿐이고, 가혹행위의 전모가 드러난 지금은 명백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경찰은 ‘가해자 처벌 의사’를 운운하며 일련의 석연치 않은 행태들이 가해자들을 두둔하고 봐주기 위한 처사라는 의심을 자초하고 있다. 경찰은 가해자 변호사 행세를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훈련병 유가족은 경찰의 이 같은 행위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정 수사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지 않기를 바란다는 엄중 경고의 뜻을 전해왔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세계일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현·전역 병사 부모들과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강원경찰청 훈련병 사망사건 수사전담팀은 훈련병 사망 18일만에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중대장과 부중대장을 피의자로 소환조사했다.

장시간 이들을 조사한 경찰은 아직까지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피의자들이 사망 장병과 함께 얼차려를 받았던 훈련병 5명 및 군인권센터 측 발표 내용과 일부 다른 진술을 함에 따라 추가 소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