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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홍해 교두보’ 공들이는 러시아, 아프리카 수단 해군기지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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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북아프리카 수단의 포트수단.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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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의 항구 포트수단에 러시아 해군 기지 건설하기 위한 수단과 러시아의 협의가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러시아의 계획이 실현되면 수단은 러시아군의 아프리카 주요 거점이 될 수 있다.



말릭 아가르 수단 과도통치위원회 부위원장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 참석했던 지난 7일, 수단은 러시아가 홍해에 해군 기지를 건설하는 협정안 체결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후세인 아와드 알리 모하메드 수단 외교장관 또한 “현재 (해군 기지 건설은)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 있는 의제 중 하나로, 아직 최종 단계엔 이르지 못했지만 여전히 토의 중이다”라며 “우리는 러시아와 수단에서 모든 종류의 조직, 정부 기관과 긴 논의를 하고 있으며, 이 사안은 ‘윈-윈’ 전략에 기초하기 때문에 우리는 특정 종류의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스푸트니크는 전했다.



수단과 러시아의 해군기지 건설 관련 논의는 7년 전인 2017년부터 시작됐지만, 공전을 거듭했다. 2017년 오마르 알 바시르 당시 수단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함 4척과 수백명의 군 병력이 들어갈 수 있는 기지 건설에 합의했으나, 수단의 정치적 불안 때문에 의회는 합의안 비준을 하지 못했다. 2020년에도 푸틴 대통령이 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승인했지만, 수단 정부는 이듬해 6월 협정안이 이전 정권에서 추진된 사항이라는 등의 이유로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단에서는 2019년 쿠데타로 20년 넘게 집권했던 독재자 바시르 전 대통령이 축출되고 과도 정부가 들어섰다. 2021년에는 압델파타흐 알부르한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과도 정부를 무너뜨렸다. 지난해 봄에는 알부르한 장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을 이끄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가 권력 다툼을 벌이며 수단은 다시 내전 상태다.



앞서 지난 5월 하순에는 수단 정부군(SAF) 야세르 알 아타 부사령관은 앞으로 몇 주 이내에 수단과 러시아가 군사·경제 협력을 위한 협정문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도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 협정안에 수단 홍해 연안에 러시아 해군 물류 지원 센터를 설립하는 내용도 포함됐다며, 러시아는 이를 해군 기지 확보 계획을 진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런 움직임은 수단에 대한 러시아의 전략적 접근 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음을 알리는 신호다. 지난해 4월 신속지원군과 정부군 사이 내전이 발발한 뒤 러시아는 용병집단 바그너 그룹을 통해 신속지원군에 군사 훈련 및 물자 지원을 해 왔다. 바그너 그룹은 신속지원군으로부터 수단 금광 채굴권을 따냈다. 하지만 해군 기지 후보지로 꼽히는 포트수단은 수단 정부군이 통치하고 있어 러시아와 신속지원군 사이 관계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



러시아가 해군 기지를 건설하는 데 대한 급부로 정부군에 군사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보고서를 보면, 미하일 보그다노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정부군에 “무제한적이고 질높은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고 도이치벨레는 보도했다. 내전이 계속될수록 정부군은 더 많은 무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양쪽의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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