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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의협 '집단휴진' 주도, 공정거래법 위반일까…강제성 여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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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집단휴진 및 총궐기대회

복지부, 집단휴진 강요 공정위 신고

전문가 "불참시 불이익 등 강제성 있어야"

뉴시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작성한 '휴진을 시행하며 환자분들게 드리는 글'이 붙어 있다. 2024.06.17. kg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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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8일 집단휴진을 선언한 가운데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협을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법조계에서는 의협이 이에 동참하지 않는 회원에게 자체 제재를 가하는 등 휴진에 강제성이 있는지가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의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17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18일 의협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각 대형 병원들도 곧 휴진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직 정부 취합 휴진 신고율은 4%에 그치고 있지만 신고 없이 휴진을 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사업자 단체인 의협이 이번 총파업에 개별 사업자인 개원의를 동원했다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협에 대한 사업자단체금지행위 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의협이 집단 휴진을 예고한 이후 그간 공정거래법 위반 적용을 검토해 왔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각 사업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의사 단체인 의협은 개별사업자인 의사들이 공동의 이익을 증진시킬 목적을 가지고 의료법에 따라 조직된 사단법인으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집단 휴진에 대해 의협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강제성 유무'를 가려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일종의 담합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공정위에서 사업자 단체 위반 행위로 문제 삼을 수는 있겠다"면서도 "아무 강제성 없는 선언적인 발언이라면 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의협에서 어떤 방식으로 휴진을 진행하는지를 먼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이 휴진 동참을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는 회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제재를 가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참여를 독려 또는 강요했는지 그 방식에 따라 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과거 2000년 발생한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사들이 총파업에 돌입하자 대법원은 의협이 집단휴업을 사실상 강제해 협회 회원인 의사들의 사업 내용이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안성훈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는 "사업자 단체가 강제로 구성원들에 대해 어떤 행위를 강요하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여기에 동참하지 않았을 때 어떤 불이익 조치를 한다든지 강제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변호사는 "의협이 어떤 방식으로 의사들의 집단휴진 참여를 이끌어내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의료법에서는 의협의 권한을 '자격정지 처분 요구'만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의협은 자체 정관에 따라 회원에게 3년 이하의 회원권리정지, 고발 및 행정처분 의뢰, 위반금 부과, 경고 및 시정지시를 할 수 있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의사에게 사실상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구조다. 의약분업 사태 당시 대법원 판결에서도 이같은 조직의 속성을 고려해 원고인 의협이 구성사업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의협이 파업이나 집회를 주도했더라도 개별 회원의 선택권이 보장됐을 경우에는 참여를 강요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2014년 원격의료 도입 당시 파업 국면에서는 의협이 파업의 구체적인 실행을 의사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겼다는 점에서 대법원이 공정위의 처분을 취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형로펌 변호사는 "의협에 자체 징계권이 없다고 해도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공정위의 사실 조사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들여다봐야한다"며 "과거 파업 사태로 의협도 학습을 거쳤기 때문에 휴진이나 집회 참여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의사들의 자율권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대병원 강남센터·서울시보라매병원 4곳의 일부 교수들은 이날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오는 18일로 예고된 의료계 전면 휴진에는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동네병원까지 포함돼 있다. 의협은 같은 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1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의협 총궐기대회에 대해 "신고 집회에 대해선 얼마든지 보장하겠지만 신고 범위를 일탈하거나 다른 불법행위가 있을 때는 법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며 "의협이라고 해서 과하게도, 덜하게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협의 집단행동에 대한 보건당국의 고발이 있으면 즉시 수사에 착수하겠다고도 했다. 조 청장은 "보건당국이 현장실사 할 때 요청이 오면 협조해 도와주는 역할을 하겠다"며 "복지부가 관련 법률에 따라 고발하면 경찰이 수사를 맡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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