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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지구당 부활, 특검법 난무 … 22대 국회 '민생 빠진' 첫단추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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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린 기자, 홍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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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에서 민생 법안을 많이 발의하진 않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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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국회는 정쟁만 일삼다가 4년이란 긴 시간을 허투루 보냈다. 국민들은 4·10 총선에서 22대 국회는 제발 달라지길 기원하며 표를 던졌다. 국회는 실제로 "더 나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법안을 쏟아냈다. 개원 보름 만에 400건이 넘는 법안을 발의했다.

# 문제는 법안의 숫자가 법안의 품질을 책임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에 쏟아진 법안 중에서도 민생 법안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더스쿠프가 22대 금배지들이 2주간 발의한 402건의 법안 중 국민 생활과 밀접한 법안을 골라낸 결과, 85건(21.1%)에 그쳤다. 서민들의 주름살은 점점 더 느는데도 특검법이니 지구당 부활이니 한가한 소리만 늘어놓은 법안이 숱했다.

# 사실 21대 국회도 그랬다. 역대 회기 중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해 놓고 통과율은 가장 낮았다. 이대로라면 올해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22대 국회, 괜찮은 걸까. 더스쿠프 視리즈 22대 국회 첫 입법 보고서 두번째 편이다.

22대 국회가 개원 2주 만에 402건(12일 오후 6시 의안정보시스템 접수 기준)의 법안을 발의했다. 기존 법안을 고치고 새롭게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감안하면 경이로운 기록이다.

하지만 우리가 따져봐야 할 건 법안의 양量이 아닌 질質이다. 법안을 많이 제출했다고 저절로 '일 잘하는 국회'로 거듭나는 건 아니다. 특히 얼마나 설득력 있는 법안을 내느냐가 관건인데 가령, 지금 필요한 건 민생 법안이다.

그만큼 민생이 고달프고 척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련 지표는 최악을 경신 중이다.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월평균 404만6000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외식 물가상승률은 3.8%, 가공식품 상승률은 2.2%를 기록했다. 먹거리 물가 상승폭이 소득 증가폭보다 훨씬 컸다.

내수가 침체의 늪에 빠지는 사이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건 더 심각한 문제다. 지난 5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09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한달 만에 6조원 늘어났다. 역대 최고치일 뿐만 아니라, 6월 중엔 1110조원을 돌파할 게 뻔하다.

미래 경제 지표와도 직결된 저출생 지표(합계출산율 0.76명, 1분기 기준)는 세계가 경악할 수준이다. 한 국가의 출생률이 얼마나 악화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듯, 바닥 밑에 지하실, 지하실 밑에 벙커로 추락하고 있다. 새로 뽑힌 국회의원 300명이 의정 활동의 중심에 민생을 둬야 하는 건 이런 경제적 상황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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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숫자가 적은 민생경제 법안들은 먼지만 쌓일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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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들도 공감했던 부분이다. 4ㆍ10 총선 10대 공약을 공개하면서 국민의힘은 1호 공약으로 일ㆍ가정 양립 관련 정책을 앞세웠고, 민주당은 '기본주택 100만호 조성'을 비롯한 민생 정책을 꺼냈다.

그런데 이상하다. 더스쿠프가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발의된 법안 중 서민경제와 부동산, 물가, 금융, 저출생 등과 연관된 민생 법안을 추려본 결과, 2주 만에 쏟아진 402건 법안 중 민생 키워드와 맞닿아 있는 법안은 85건(21.1%)에 불과했다. 민생 법안 처리에 촌각을 다퉈야 하는 지금, 금배지를 새롭게 단 이들은 대체 민생이 아닌 어떤 법안을 냈을까.

■ 참 쓸데없는 법안들 = 현재 여의도 공론장을 채우고 있는 법안은 각종 '특별검사법(특검법)'이다. 22대 국회는 개원 2주일 만에 특별검사법을 5개나 제출했다. 언급했듯 개원 당일 조국혁신당이 당론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어 민주당이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다루는 '채 상병 특검법'을 접수했다.

이튿날엔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할 '김건희 종합 특검법'을 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여사를 겨눈 특검법을 발의하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진술조작 의혹을 다룰 수사가 필요하다며 특검법을 또 냈다.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많은 '채 상병 특검법' 이슈는 차치하더라도 나머지 특검법을 발의한 게 서민의 삶을 보듬기 위해 힘을 쏟는 모습이라고 보긴 어렵다. 무엇보다 상대에게 흠집을 내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는 정쟁성 특검 카드다. 입법을 둘러싼 소모적인 공방이 벌어질 게 뻔하다. 민생을 살피겠다고 해놓곤 정작 거대 야당은 '특검법 통과'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민생은 내팽개친 채 '지구당 부활'의 불씨를 살리고 있는 점도 국민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22대 국회 문이 열리자마자 지구당 설치를 골자로 한 법안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5개나 발의됐다. 지구당은 2004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정당의 하부 지역조직을 뜻한다.

당시 지역 민심을 수렴하는 창구이자 중요 선거의 지역 본부 역할을 맡았는데, 운영비만 쓰는 '돈 먹는 하마'란 지적을 받다가 2002년 대선 당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이 터지면서 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법안이 통과해 지구당이 살아나면 현역 의원이 아닌 원외 정치인도 후원금을 모으고 사무실을 만들 수 있는데, 어찌 됐든 민생과는 무관한 일이다. "무너진 풀뿌리 정당 활동을 되살리는 게 핵심 취지"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보단 정략적인 의도가 돋보인다. 각 정당 강성 지지층의 정치 참여를 한층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시급히 통과해야 할 법안들 = 물론 눈여겨볼 만한 법들이 있긴 하다. 20% 안팎에 불과한 민생 법안들이다. 대표적인 게 저출생 대응이다. 출산ㆍ육아를 둘러싼 휴직과 휴가, 지원 확대를 담은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하는 법안이 총 14건 발의됐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법이 180건이나 쏟아졌던 만큼,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은 사상 최저 출산율을 경신 중인 사회의 숙원 과제다. 다만 이번 회기에서 주목할 점은 '배우자 출산 휴가', 이를테면 남편의 출산 휴가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이 유독 많았다는 점이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배우자의 비중이 27.1%에 불과해 여전히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쏠린 문제를 새 법안으로 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현행 10일에 불과한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20~30일로 연장하거나, 분할 사용 가능 횟수(1회)를 늘리는 방향을 담은 법안이 14건 중 10건을 차지했다. 법이 보장하는 휴직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직장인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급하게 통과해야 할 법안들이다.

소득세법을 개정해 자녀 부양으로 인한 세부담 절감폭을 늘리는 법안도 7건이나 발의됐다. 세제 혜택을 통해 저출생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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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는 '일하지 않는 국회'란 오명을 씻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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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주거비 부담 완화와 주거 안정을 다룬 법안도 여럿 발의됐다. 나경원 의원(국민의힘)이 발의한 '주거기본법 개정안'은 그중에서도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신혼부부가 2억원 이하 주택자금을 연 1% 이내 초저금리로 대출할 수 있게 하고, 출산 시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 이자와 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서민 주거안정 보장 패키지법'을 내놨다. 민간임대주택 입주자들의 '분양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건축법 위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주택을 매수한 서민들이 억울하게 이행강제금을 납부해야 하는 악순환을 해소할 법안을 발의했다.

취약계층의 경제 사정을 돌보는 법안도 적지 않았다. 오기형 의원(민주당)은 '전국민 생계비 계좌'으로 불리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추후 금융기관 압류가 이뤄지더라도 생계비 계좌에 입금된 최저생계비만은 제외해 주자는 게 골자다.

박해철 의원(민주당)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해 장애인과 수습노동자가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조항을 삭제했다. 급여대상에 '간병'을 명시해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법안도 7건이나 쏟아졌다. 임이자 의원(국민의힘)은 상습임금 체불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빚더미에 놓인 저소득층이 늘어난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민생 법안들이다.

하지만 '필요성'과 무관하게 민생법안들은 당분간 낮잠을 잘 가능성이 높다. 22대 국회가 개장과 동시에 파행 중이어서다. 전반기 원 구성을 협의하던 여야가 '논의 테이블'을 치워버렸다. 과반 의석을 쥔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게 발단이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막기 위한 폭주"라며 국회 의사일정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은 단독으로라도 상임위를 열어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반발에 부닥칠 수 있다.

여당 역시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건의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보름이 흘렀다. 그간 수백개 법안을 쏟아냈지만, 이들의 가치는 파행과 정쟁에 묻혔다. 그래서인지 21대 국회와 22대 국회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쓴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일하는 국회'가 되라는 총선 민심은 또 잊혔다. 민생법안도 묻혔다. 22대 국회는 어디로 가는 걸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hongsa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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