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수출화물이 비행기에 선적되고 있다. 사진 김상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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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인천이 연 매출 1조6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본부 새 주인이 됐다. 인수 절차가 끝나면 에어인천은 대한항공에 이은 국내 2위 화물 사업자로 올라설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1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에어인천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본부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가는 부채를 포함 총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인천은 약 2주간 상세 실사를 진행하고 다음 달 중 대한항공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을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에어인천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이유로 사업 인수 시 거래 확실성, 항공화물사업의 장기적인 사업 경쟁성 유지, 향후 발전 성장성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에어인천과 계약 조건을 협의한 후 다음달 중 매각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이후 유럽 경쟁 당국의 심사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에어인천은 2012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항공화물 전용 항공사다. 아시아 노선 위주의 화물사업을 운영 중이다.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미주, 유럽 장거리 노선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2022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소시어스프라이빗에쿼티(PE)가 경영권을 인수했다. 소시어스PE는 산업은행 인수합병(M&A)실 출신인 이병국 대표가 2004년 설립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본부 인수에 대해 이 대표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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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정비사’ 인력 확보는 숙제
에어인천이 이번 인수를 마무리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본부의 핵심 인력인 운항·정비 인력을 제대로 흡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023년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에서 화물사업 관련 직원은 정비와 운항승무원을 포함해 총 800여명으로 에어인천 전체 직원 수(180여 명)보다 4배 이상 많다. 에어인천의 매출은 지난해 707억4000만원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본부 매출(1조6081억원)의 22분의 1 수준이다.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직원 처우가 열악해질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보다 에어인천이) 규모가 작은 만큼 직원들은 고용 안정성이나 급여, 복리후생에서 불이익이 있을까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인수 과정에서 직원들이나 노조가 추가적인 인센티브 제공과 직원 우대 항공권 유지 등 다양한 요구 조건을 내걸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에어인천이 직원들과 여러 송사에 얽혀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본지 확인 결과 지난 4월 공개된 에어인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해고 무효 확인 소송,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 등 9건에 달한다. 에어인천 측은 “현재 남아있는 근로기준법 관련 소송 은 총 4건이며, 이가운데 3건은 회사가 승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고용 승계·보장을 매각 조건으로 걸었다.
김영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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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자산은 못 샀다
이번 매각 대상에서 아시아나항공 정비 격납고(행거) 등 핵심 자산은 빠졌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여객 사업의 지속성 등을 이유로 정비 격납고와 지상 조업사를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 격납고는 항공기 정비의 핵심 시설로, 인천국제공항에서 현재 보잉 747을 정비할 수 있는 격납고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외주 정비 전문 업체인 샤프테크닉스만 보유하고 있다.
정비 격납고 없는 에어인천으로선 향후 주력 화물기로 쓰는 보잉747의 정비 업무를 외주 정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화물 지상 조업도 마찬가지다. 대형 화물의 경우 소형 화물과는 달리 전문적인 포장과 안정적인 항공기 탑재가 중요하다.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지상 조업사가 없는 에어인천은 당분간 외주 업체에 업무를 위탁해야 한다. 이런 우려에 대하 대한항공은 에어인천의 성공적인 장거리 화물 노선 취항을 위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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