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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설] 대통령실 감세 추진, 민생 안 보이고 부자 세금만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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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설명하는 국세청의 동영상 자료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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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재 50%인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을 30% 내외까지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는 사실상 전면 폐지가 바람직하다며, 금융투자소득세도 폐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들 세금은 거액의 상속 재산, 고액 부동산 보유, 연간 5천만원을 초과하는 금융투자 소득에 매기는 것으로 보통 사람은 낼 일이 거의 없다. 그런 세금을 큰 폭으로 낮추거나 없애자는 개편 방향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민생 챙기기는 소홀히 한 채 부자들의 세금 줄이기에만 매달리는 정부의 행태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상속세 완화는 자산가들이 오래전부터 정치권에 적극 로비를 해온 사안이다. 가업이라 볼 수 없는 사업에 ‘가업상속공제’라는 이름으로 감세를 확대해왔는데, 윤석열 정부는 가업상속공제를 더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상속세 세율의 경우, 성 실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이 26% 내외로 추산되기 때문에 일단 30% 내외까지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예시를 했다.



상속세제는 각국의 역사를 반영한다. 최고세율이 일본 55%, 프랑스 45%, 미국·영국은 40%지만, 스위스는 7%, 이탈리아는 4%로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는 과표 30억원 이상에 50%의 최고세율을 매기는데, 상속재산 규모가 작으면 세금을 안 내도 되거나 실효세율이 낮은 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명목 최고세율만 비교하면서 우리나라가 높으니 평균 수준으로 낮추자는 주장은 얄팍하다.



외국에 비해 매우 낮은 보유세를 강화해가는 첫 단추인 종부세를 폐지하자는 것이나, 금융 선진국이 다 도입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을 눈앞에 두고 없던 일로 하자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나라 살림에 대한 진지한 고려 없이, 과세 대상자들의 불만만 해소해주자는 처사일 뿐이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오래가면서 실질 가처분소득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가 많다.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에 자영업자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아무런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무책임으로 일관한 것이 4·10 총선 여당 참패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런데 총선 이후에도 정부의 관심이 민생보다 극소수 지지세력을 향하고 있다. 2022년 최고세율 구간을 적용받아 상속세를 낸 사람은 955명이었다. 그런 처지의 사람들이 내는 소리만 들리고, 서민들의 아우성은 안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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