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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최태원 "판결 전제 오류, 숫자 고쳐 끝날 일 아냐"…6공 특혜설도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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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주식가치 산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SK 측은 이번 판결로 다시 불거진 ‘6공화국 후광설’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정면 반박했다.

최 회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개인적인 일로 국민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굽혀 90도로 인사했다.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최 회장은 전날 밤까지 고민하다가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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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저는 이번에 상고를 하기로 결심했다”며 “재산분할 관련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고, ‘제6공화국의 후광으로 사업을 키웠다’는 판결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SK그룹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해 상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 측이 구체적 판결 내용의 오류를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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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관련 입장 밝히는 최태원 회장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2024.6.17 ksm797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최 회장은 경영권 약화 우려에 대해 “이것 말고도 수많은 고비를 넘어 왔다”며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위기로 발전되지 않게 예방해야 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설사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막을 역량이 존재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재판부 SK㈜ 주식의 가치 계산에 오류”



최 회장 측은 대한텔레콤(현 SK㈜)의 주식 가치 산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고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2억8000만원으로 1994년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대한텔레콤의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고 주장한다.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2007년 3월(1대 20), 2009년 4월(1대 2.5) 등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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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으로,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무렵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으로,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에 대해 한상달 회계법인 청현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다”고 설명했다. 당시 주당 가격인 5만원을 액면분할(50분의 1)한 값이 1000원이어서다.

재판부는 이렇게 도출한 값을 기반으로 1994~1998년 최 선대회장의 기여를 12.5배로, 1998~2009년 최 회장의 기여를 355배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을 내조한 노 관장의 기여분을 재산분할 비율인 65대 35로 정했고 1조3800억원의 재산 분할을 결정했다.

계산 오류를 바로잡으면 최 선대회장의 기여는 125배, 최 회장의 기여는 35.5배가 된다. 이날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재판부는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하였기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재산 분할 금액이 얼마나 줄 거라고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재판 결론을 당장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SK㈜ 주식이 최 선대회장의 기여도가 큰 고유 재산이라고 보면 1심 판결처럼 (재산 분할 대상에서)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SK㈜ 지분을 특유재산(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이라고 주장해 왔고 1심은 이를 받아들여 SK㈜ 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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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 측이 오류를 지적한 이후, 이를 인정하고 판결문의 숫자를 수정하는 경정(更正) 결정을 했다. 경정이란 단순 오기 등 표현상 오류가 있을 경우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이나 직권에 의해 판결문을 고치는 절차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은 “이번 오류는 단순한 숫자의 오기가 아니라 그 오류에 기반해 재산 분할 대상 및 분할 비율에 대한 판단을 한 것으로, 판결의 전제가 된 주요 사실에 대한 오류이므로 경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SK그룹 “6공화국 후광? 오히려 부담”



최 회장 측은 SK그룹의 성장에 ‘6공화국의 후광’이 있었다는 항소심 판결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간 이혼 소송을 최 회장의 ‘개인적인 일’이라며 선을 그었던 SK가 전면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이번 항소심 판결로 SK그룹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된 만큼 이혼 재판은 이제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문제가 되었다”며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만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6공 특혜설’은 해묵은 가짜뉴스”라며 “오히려 6공과의 관계가 이후 오랜 기간 회사 이미지 및 사업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2심 재판부는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이 SK그룹으로 유입됐고 그룹 성장에 역할을 했다고 봤다.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이 도약한 계기가 제2이동통신 사업 진출인데 노 전 대통령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SK 주식은 혼인 기간 취득된 것이고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등에 관해선 1991년경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원고 부친에게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한다. 이외에도 (노태우 대통령의) 무형적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노 관장이 지난 3월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한 김옥숙 여사의 메모(‘선경 300억원’)와 300억원 어치의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어음 사진을 재판부가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유입의 근거로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SK는 노 관장이 주장한대로 비자금 300억원이 회사에 전달됐다는 근거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또 SK가 한국이동통신을 쉽게 인수할 수 있도록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6공 기간(1987~1992년) 10대 그룹 매출 성장률도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재계 5위였던 SK의 성장률은 1.8배로, 10대 그룹 중 9위에 그쳐 특혜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최선을ㆍ최현주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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