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고려제약 본사 앞 모습. 2024.4.29/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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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제약의 불법 리베이트(뒷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번 사건에 의사 1000여 명이 연루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제약 업계 전반에 만연한 뒷돈 거래가 대규모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확인이 필요한 대상은 의사를 기준으로 약 1000명 이상”이라며 “현금을 직접적으로 받거나, 가전제품 같은 물품을 받은 경우, 골프 관련 접대 등 여러 가지 메리트를 받은 정황들을 확인했다”고 했다. 리베이트 규모가 수백억 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고려제약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이때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의사들이 제약 회사와 임직원들에게서 최소 수차례에 걸쳐 수백만 원에서 최대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 청장은 “이들에 대해 금품을 제공받은 경위를 확인하는 작업을 곧 시작할 것”이라며 “소명 내용에 따라 입건자 수는 1000명이 넘을 수도 있지만, 덜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의료인은 의약품 채택·처방 유도·거래 유지 등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등 경제적 이익을 받으면 안 된다. 다만 학술 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에서는 경제적 이익 수수를 허용하고 있다. 조 청장은 이에 대해 “확인이 필요한 1000여 명은 그 범위를 넘는 금액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리베이트 연루 의사들이 소속된 병원에 대해서도 “대형 병원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다양하게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 등 이른바 국내 대형 병원의 의사들 일부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고 했다.

고려제약은 전문 의약품을 만들어 병원에 납품하는 중소 규모의 제약 회사로, 주로 신경과, 신경외과, 피부과 수술 등에 사용되는 전문 의약품을 취급하는 회사다. 의료계에선 “고려제약보다 규모가 더 큰 제약사들의 리베이트를 경찰이 파헤치기 시작하면 연루된 의사와 약사 등이 엄청난 규모로 커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경보제약이 약값 일부를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병원에 수백억 원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국민권익위원회 공익 신고를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경찰은 다른 제약사로까지 리베이트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조 청장은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며 “한 제약사의 문제라고 보기엔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어 더 들여다봐야 하기에, 세무 당국과 협의해 수사를 확대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은 리베이트를 준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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