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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한국 남자들, 결혼하기 힘든 이유 있었다?!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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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44세 1980년생 남성, 3명 중 1명 ‘미혼’

“2000년대 중반 이후 男 결혼 불리한 구조”

고학력 남성, ‘고연봉’ 이어지며 결혼에 유리

고학력 여성, 결혼 선택하지 않는 비율 급증

시대 변화에도 육아 여전히 ‘여성의 몫’ 인식

기성세대 편견, 저출산·미혼율 증가 원인 지적

남아(男兒)선호사상 등의 영향으로 미혼 남성이 여성보다 20%가량 많을 정도로, 미혼남녀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들이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닌 못하는 게 점차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40대를 앞둔 1985년생 남성 절반, 30대 중반에 접어든 1990년생 남성 10명 중 7명 이상이 결혼하지 않은 혹은 결혼을 하지 못한 ‘미혼(未婚)’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급격한 감소로 인한 자녀의 성 선택 욕구 증가, 초음파 검사 등 자녀의 성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공급 등도 한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세계일보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 제449호에 실린 '한국의 출생성비 불균형과 결혼성비'에 따르면 연구진은 지난 2020년 시점에서 1970~2020년 코호트의 미혼 인구, 미혼율, 성비를 산출했다.

코호트별 미혼율을 보면 만 39세인 1985년생 남성의 미혼율은 46.5%, 여성은 29.1%다. 만 34세인 1990년생의 경우 남성 79.7%, 여성 61.3%의 미혼율을 보였다.

만 29세인 1995년생의 경우 남성 98.5%, 여성 93.3%로 모두 미혼율이 90%를 넘었고 만 24세인 2000년생의 경우 남녀 모두 미혼율 100%였다.

만 44세인 1980년생 남성 중에서도 10명 중 3명인 30.4%가 미혼이었고 여성 미혼율은 17.3%다. 만 49세인 1975년생은 남성 23.6%, 여성 11.6%의 미혼율을 보였고 만 54세인 1970년생은 남성 16.4%, 여성 7.2%의 미혼율을 나타냈다.

여자 100명당 남자 100명의 수를 나타내는 성비의 경우 남아선호사상 등의 영향으로 1970년생의 경우 229.8명, 1975년생은 207.2명으로 높게 나타났으나 1990년생 144.6명, 2000년생 107.5명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연구진은 "미혼으로 남게 되는 경향이 여성보다 남성에게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는 평균 연령 차가 3세임을 고려해 미혼 인구를 대상으로 가상 매칭을 했는데, 1985~1990년생은 남성보다 여성 미혼자 수가 더 많았지만 1990년생 이후부터는 남성이 더 많고, 미혼 남성 증가 속도도 매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전국적으로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19.6% 많았다. 서울의 경우 성비 차이가 거의 없지만 경북과 경남, 충북은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30% 이상 많았고 강원, 충남, 전북, 전남 등은 이 수치가 25% 이상이었다.

연구진은 "현재의 결혼 연령 차이를 감안해 일대일 매칭이 모두 이뤄진다 하더라도 남성 미혼 인구가 매우 많이 남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2000년대 중반 이후 남성 인구의 10% 이상이 결혼하기에 불리한 구조가 된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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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경우 학력이 높을수록 결혼 비율이 낮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출산을 위해 경제 활동을 포기해야 상황을 지적하며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미혼 인구 증가와 노동 공급 장기추세-BOK이슈노트’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미혼 비중은 2000년만 해도 13.0%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42.5%로 껑충 뛰었다.

10명 중 1명만 미혼이었던 과거와 달리 결혼하지 않은 이가 4명으로 늘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20대 미혼 비중은 71.1%에서 92.8%로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30대 미혼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40대 미혼 비중 역시 2.8%에서 17.9%로 크게 치솟았다. 50대는 0.8%에서 7.4%로, 60대 이상은 0.3%에서 2.2%로 전 세대에 걸쳐 미혼율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미혼율로 보면 2000년에는 27.9%에서 2020년에는 31.1%로 확대됐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31.7%에서 36.0%로 증가했고, 여성은 24.4%에서 26.3%로 올랐다. 미혼율 증가는 출산율 감소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주목될만한 점은 결혼이 학력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30~54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저학력 여성의 미혼율은 15.9%인데 반해 고학력 여성의 미혼율은 28.1%로 2배 가량 높았다.

남성은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고학력 남성은 27.4%가 미혼이었지만 저학력은 30.9%로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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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력 남성 미혼율이 고학력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비자발적 요인인 반면 고학력 여성은 높게 나타나는 점은 ‘자기선택적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고학력 남성은 고연봉으로 이어지며 결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반면 고학력 여성의 경우는 자발적으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고학력 여성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의 사회·경제적 참여 기회와 성공 욕구가 늘었지만 육아는 여전히 여성의 책임이라는 인식에 차라리 미혼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시대 변화에도 육아가 여전히 여성의 몫이라는 기성세대의 편견이 저출산과 미혼율 증가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10월 하버드대에서 열린 강의에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육아가 여성의 몫이라는 남성들의 인식 변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의 교육 수준에 따른 노동시장 참여와 임금 수준의 차이를 규명해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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