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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서울대병원 휴진율 20%대…구심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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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휴진에 들어간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환자 대기실이 텅 비어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가 오늘(18일) ‘집단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와 대한분만병의원협회, 대한아동병원협회 등은 집단휴진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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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집단휴진에 들어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휴진을 철회하기 위한 조건으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 취소’를 비롯해 세 가지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초 ‘무기한 휴진’을 예고했던 것과 달리, 일주일만 휴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이를 다시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무기한 휴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무리한 투쟁 방침을 선언했다가 환자 불안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에서 휴진을 선언하는 집회를 열었다. 비대위는 휴진을 철회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 취소 ▶상설 의·정협의체 설치 ▶2025학년도 의대정원은 교육 가능한 수준으로 재조정 및 2026학년도 이후 정원은 근거를 기반으로 재논의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조건이 수용될 때까지 무기한 휴진하겠다는 게 당초 비대위가 밝힌 방침이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집회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이번 주) 일주일 진료 일정을 조정했지만, 사실 이걸 어떻게 더 하겠느냐”며 “더 이상 ‘무기한’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교수 “무기한 휴진, 비현실적일주일 이상 휴진 불가”



이어 “(환자들께서) ‘무기한’이라는 수사를 보고 얼마나 걱정 많으셨겠나. 부끄럽지만 저희가 (진료 연기) 문자를 받고 놀라실 타격을 별로 생각지 못했다. 생각이 짧았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강 위원장의 발언이 있은 지 3시간여 만에 비대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일주일만 휴진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비대위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무기한 전면 휴진’이라는 투쟁 방식이 애초에 비현실적인 탓에 혼란이 거듭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휴진에 참여한 서울대병원의 한 교수는 “진료를 한 주 미루면 그다음 주에 봐야 하는 환자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일주일 이상 휴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대·분당서울대·서울특별시보라매·강남센터 등 4개 병원에서는 우려했던 만큼 큰 혼란은 없었다. 서울대병원은 휴진을 불허한 원장 방침에 따라 교수들이 직접 외래 등 진료 변경을 했다. 진료 취소 안내를 받은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으면서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진료가 취소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적지 않았다. “환자들의 불안과 고통을 외면한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날 오전 11시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2동 암센터를 찾은 한 30대 부부는 “의료 파업 때문에 걱정돼 와봤는데 수술을 받을 수 있느냐”고 간호사에게 물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왔다는 이 부부는 “다음 달 1일 유방암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주변에서 보면 며칠 전 취소 문자가 갑자기 온다더라. 수술을 제때 받을 수 있을지 걱정돼 먼저 병원을 찾았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뇌신경센터 앞에서 만난 70대 여성도 “외래가 1시간씩 늦어지고 있다. 오늘도 교수님 2명이 안 계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서울대병원의 휴진율은 20% 정도로 추산된다. 비대위가 앞서 예고한 휴진 참여 교수 비율(54.7%·529명)이나 예상 휴진율(40%)을 밑도는 수치다.

남수현·채혜선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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