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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돈줄 마른 도시개발 사업, 리츠 투입해 숨통 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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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리츠 규제 풀어 주택공급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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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같은 각종 도시 개발 사업을 리츠(REITs·부동산 투자 전문 펀드)가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정부가 ‘돈맥경화’ 상태인 주택 공급의 활로를 뚫기 위해 기존의 개별 시행사 대신 리츠를 부동산 개발 사업 주체로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시니어주택 등에도 리츠가 투자할 수 있도록 해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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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7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리츠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대책의 핵심은 ‘프로젝트(개발) 리츠’ 활성화다. 통상 시행사가 금융권 대출을 끌어들여 시작하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자본을 보유한 프로젝트 리츠가 주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 리츠는 인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해 사업 착수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각종 보고·공시 의무도 대폭 완화한다.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대한 리츠 투자도 적극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 승인만 받으면 기존 부동산투자회사법에 열거된 자산 외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다. 경기 화성시 동탄2지구에서 헬스케어 리츠가 시니어주택을 개발, 운영하는 시범사업이 추진 중으로, 이를 2030년까지 10곳으로 늘린다.

국토부가 4월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토지와 미분양 주택을 공공이 리츠를 통해 매입하는 사업에 대한 사전 접수를 한 결과 총 3만2000채가 신청됐다. 국토부는 “향후 중산층을 위한 20년 이상의 장기임대주택 운영을 포함해 임대주택사업 전문화, 대형화를 위해서도 리츠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건축 사업에도 개인 소액투자 길 열려… 신사업에 리츠 투입

[리츠 활성화 방안]
도시개발 사업에 리츠 투입 ‘숨통’
임대 수익 위주서 개발 수익 내도록… ‘프로젝트 리츠’ 등록만 하면 설립
개인 투자땐 배당 형식 수익금… 30% 자기자본-높은 금리가 변수


정부가 리츠(REITs·부동산 투자 전문 펀드) 활성화에 나선 것은 영세한 시행사가 대규모 대출을 일으켜 사업에 뛰어들면서 부실이 반복되는 부동산 시장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이 대거 예정된 1기 신도시 등에 리츠가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배경이다. 이와 함께 헬스케어나 인공지능(AI) 같은 신산업에도 부동산 투자 수요가 유입되게 하려는 의도도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 재건축 사업에도 개인 소액투자 가능해져

1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리츠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기존 리츠가 임대 운영 위주로 수익을 냈다면, 개발로도 수익을 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개발) 리츠’를 도입한다.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하는 현행 리츠와 달리 등록만으로도 설립이 가능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통상 1년 6개월이 걸리는 인가 기간이 대폭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개발사업 특성에 맞게 개인이 리츠 지분을 5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규제도 없앤다. 공시 의무 대상도 57개 항목에서 재무 현황이 담긴 투자보고서 1건만 발표하도록 완화했다. 이후 개발이 완료되고 건물 준공까지 끝나면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한다. 개발 단계에서 받지 않았던 인가도 이때 받으면 된다. 공모 기간도 준공 후 2년 내에서 5년 내로 늘려 장벽을 낮췄다.

프로젝트 리츠가 도입되면 수도권 택지개발은 물론이고 1기 신도시 재건축 같은 정비사업에도 개인이 투자해 배당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정비가 필요하지만 미분양 우려가 있는 사업장일 경우 리츠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받고,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임대를 놓아 수익을 올리는 식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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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에는 리츠 투자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국토부 승인을 거쳐 법령에 정해진 투자 대상 외에도 시니어주택과 병원 등이 결합한 헬스케어, 데이터센터, 태양광·풍력 발전소 등 청정에너지 등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당장 국토부는 2, 3기 신도시 택지를 활용해 헬스케어 리츠 3곳 이상을 공모하고 2030년까지 1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산업단지 내 기업이 보유한 공장을 리츠로 바꿔 개인 투자자가 투자할 수도 있다.

중산층 대상 장기 임대주택도 리츠를 통해 조성한다. 국토부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을 주택도시기금 출자 여부에 따라 자율형과 지원형으로 나눌 방침이다. 자율형은 기금 지원 없이 임대료를 리츠가 스스로 정하고 지원형은 일부 상한선을 두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차인이 리츠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공유하는 방식도 고려 중”이라며 “의무임대기간은 20년 이상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 “투자 문턱 낮아졌지만, 금리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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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기관투자가나 시행사의 리츠 투자 문턱이 낮아지고 규제가 완화된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리츠 운영이 이전보다 좀 더 수월해진 측면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며 “기관이나 개인 등의 리츠 참여가 늘어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면 막혀 있는 주택 공급 등에도 활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 개발 사업에 뛰어들 리츠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리츠가 부동산 개발을 위해서는 자기자본비율 30% 안팎을 보유해야 하는데 미분양 등의 위험도 그만큼 크게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부동산 개발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은 2∼5%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시중금리가 높아 리츠를 통해 만족할 만한 기대 이익을 거두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보다 금리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이상 개인 투자자가 만족할 만한 배당 이익을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리츠(REITs)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개인은 투자하기 힘든 고가·우량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배당하는 주식회사. 주식시장 등록 여부에 따라 ‘상장 리츠’와 ‘비상장 리츠’로 나뉜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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