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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창어’ 여신, 아르테미스 따라잡을까…미-중 우주전쟁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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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중국 베이징 펑타이구 중국항공우주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중국 로켓 모형을 보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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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 최초로 달 뒷면 토양을 채취했다고 들었어요. 그 과정을 보러 왔습니다.”



지난 5일 오후 중국 베이징 남쪽 펑타이구 중국항공우주박물관에서 만난 장이 말했다. 장은 이날 회사 동료들과 함께 단체로 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에는 2020년 달 탐사선 창어 5호가 가져온 달 토양 샘플을 비롯해 1960년대 중국이 자력으로 만든 ‘양탄일성’(핵폭탄과 미사일, 인공위성), 1970년 발사된 우주로켓 창정 1호 모형 등이 전시돼 있었다.



최근 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지난 2일 중국 달 탐사선 창어 6호가 달 뒷면에 착륙해 세계 최초로 달 뒷면 토양을 2㎏가량 채취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8년 달 탐사 기지 건설에 나서고, 2030년 우주인을 달에 보낼 계획이다. 세계 최초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과제들이다. 미국은 중국의 도전에 맞서 ‘아르테미스 계획’을 내놓고 응전에 나섰다. 미-중 경쟁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창어, 중국의 도전





중국이 달 탐사 계획을 본격화한 것은 20년 전인 2004년이다. 그해 1월1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에 중국이 달 탐사 제1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달 탐사 계획의 이름을 고대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달 여신의 이름을 따 ‘창어’라고 명명했다.



이보다 11개월 전인 2003년 2월1일 미국에서는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지구 귀환 도중 공중폭발해, 탑승 우주인 7명 전원이 사망했다. 냉전 종식 이후 위축됐던 미국의 우주 탐사 활동이 이 사건을 계기로 더욱 움츠러들었다.



미국의 방관 속에 중국은 우주 탐사를 착실히 밀어붙였고, 목표를 속속 달성했다. 2007년 첫 달 탐사선 창어 1호가 달 궤도를 돌았고, 2011년 중국의 첫 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발사됐다. 2013년 창어 3호가 미국·소련에 이어 세번째로 달에 착륙했고, 2019년에는 창어 4호가 달 뒷면에 착륙했다. 중국은 우주 탐사 범위를 넓혀 2020년 첫 화성 탐사선 톈원 1호를 발사했다.



특히 창어 4호의 달 뒷면 착륙은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중국이 달성한 성과들이 미국이 50~60년 전 이룬 것들이었던 데 반해, 달 뒷면 착륙은 중국이 세계 최초로 달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우주 탐사에 새 장이 열렸다”며 “중국이 우주 탐사에서 수십년 늦었지만, 빠르게 따라잡았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고 평했다.



중국은 달 연구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과학원은 지난 4월 이전보다 2배 더 정밀한 ‘1 대 250만’ 축척의 달 지질도를 공개했다. 중국 과학계는 2020년 창어 5호가 달 표면에서 가져온 토양 1731g을 활용해 ‘사이언스’, ‘네이처’ 등 유수 학술지에 70여편의 연구 성과를 내놨다.



중국이 달 탐사에 적극적인 데는 미국과의 경쟁이라는 지정학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2013년 이후 중국은 달, 나아가 우주 탐사를 미국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고, 오히려 미국을 앞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회로 삼고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시 주석은 2020년 12월 창어 5호가 달 토양을 채취해 돌아오자 축전을 보내 “중국이 우주를 향해 큰 한 발을 내디뎠다. 우주 강국 건설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을 위해 더욱 분발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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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중국 베이징 항공우주통제센터(BACC)에 나타난 달 탐사선 ‘창어 6호’의 달 뒷면 착륙 애니메이션 영상 앞에서 기술 요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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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미국의 반격





창어 4호가 달 뒷면에 착륙한 지 넉달 뒤인 2019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2024년을 목표로 한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명맥이 끊긴 미국의 유인 달 탐사를 약 50년 만에 다시 시작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아르테미스’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달 여신의 이름을 땄다. 창어 대 아르테미스, 동서양 달의 여신 간 대결이 본격화했다. 미국은 2020년 10월 일본,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 7개국을 더해 아르테미스 계획을 국제 프로젝트로 확대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미국 우주인이 달에 도착해야 했지만, 2026년으로 2년 늦춰졌다. 시간표를 어기긴 했지만 이때라도 성공할 경우 미국은 중국보다 4년 일찍 달에 도착하게 돼 체면은 지킬 수 있다.



중국이 철저하게 국가 주도로 우주 탐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은 민간 기업을 적극 활용한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X)와 로켓랩 등 민간 기업의 발사체를 활용하고, 달 착륙선도 민간 기업이 만든다. 미국은 소련과의 체제 경쟁이 한창이던 1960~70년대 국가 예산의 10%를 달 탐사 계획에 쓰는 등 국가 자원을 우주 분야에 집중했지만, 지금 이런 식의 예산 동원은 가능하지 않다. 우주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민간 기업의 역량이 급성장한 것도 이런 결정을 한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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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달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중국은 달을 매개로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과 달 탐사 기지를 공동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양해각서(MOU)를 맺은 지 3년여 만인 지난 12일 공식 승인했다. 1950년대 옛 소련은 중국에 핵폭탄 기술을 전수하려다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철수했고 이후 양국은 우주 기술을 놓고 경쟁했지만, 냉전 종식 이후 미국 단극 체제가 강화된 뒤 상황은 점차 변했다. 최근 미국이 중·러의 공동의 적이 되면서 양국은 손을 잡고 우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 외에도 여러 나라와 손을 잡고 있다. 달 뒷면 토양 채취에 나선 창어 6호에는 유럽우주국(ESA)과 프랑스, ​​이탈리아, 파키스탄 등의 기기가 함께 실렸다. 프랑스의 라돈 검출기가 지구에서 달에 도착하는 내내 작동했고, 유럽우주국의 음이온 분석기가 달 표면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중국과 유럽의 우주 협력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계기로 차갑게 식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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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달 탐사 로켓 ‘아르테미스Ⅰ’이 2022년 11월16일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 39B 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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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우주 시대





중국이 달 탐사에 적극적인 또 다른 이유는 미래 전략적 요인이다. 달에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기대되는 헬륨-3가 다량 매장돼 있고, 미국, 중국, 유럽, 일본, 인도 등이 이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핵융합 발전의 연료인 헬륨-3 1g은 석탄 40톤에 맞먹는 에너지를 생성하고, 탄소배출량은 제로인 꿈의 에너지로 꼽힌다. 1967년 유엔은 우주조약을 만들어 특정 국가가 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했지만,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공백이 상당하다.



중국은 2007년 첫 달 탐사선 창어 1호를 통해 달에 헬륨-3가 약 110만톤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창어 프로젝트의 아버지’라 불리는 중국 원로 과학자 어우양쯔위안 중국과학원 원사는 2022년 ‘과학대중’이라는 잡지에 “달에 있는 헬륨-3는 인류의 에너지 수요를 1만년 동안 충족할 수 있다. (이를 알게 된 것은) 창어 1호를 통해 거둔 큰 성과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 헬륨-3를 확보하려면 채굴 기지를 건설하고 채굴용 탐사선을 보내 채취한 뒤 지구로 가져와야 한다. 헬륨-3 1g을 얻기 위해 150톤의 달 표토를 처리해야 한다. 학계에서는 헬륨-3 상용화까지 최소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



달이 우주 탐사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달에 건설한 기지를 활용해, 화성 등 더 먼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달은 지구에서 사흘이면 도달할 수 있고, 중력이 약해 로켓 발사 때 지구에서보다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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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중국 베이징 펑타이구 중국항공우주박물관에서 한 관람객이 2020년 창어 5호가 가져온 달 토양 샘플을 살펴보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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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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