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퍼민트]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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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시간은 금이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누구나 이 말을 알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시간을 금쪽같이 아껴 쓰지는 못합니다. 시간을 효과적으로 쓴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 가운데는 시간을 소중히 아껴 쓰는 사람이 많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시간은 보통 비싼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시간을 관리해 주는 사람이 따로 있을 만큼 바쁜 사람들은 대개 평균 이상의 성공을 거둔 사람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 권세 있는 사람의 시간을 사는 데는 적잖은 돈이 듭니다. 다분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자선 행사지만, 워런 버핏과의 한 끼 식사가 경매에 나왔을 때 낙찰받으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합니다.
시간과 꼭 같지는 않지만, 관심은 어떨까요? 힘 있는 사람, 돈 있는 사람의 관심을 살 수 있을까요? 아니, 사고팔기 전에 관심을 값으로 매기는 게 가능할까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독보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말고 다른 데 관심이 팔렸다면, 그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당연히 해결사의 관심을 끌고 싶을 겁니다. 관심을 끄는 방법이야 돈 말고도 얼마든지 있겠지만, 만약 돈으로 관심을 사려 한다면 얼마가 적정한 가격일까요?
테슬라의 주주들은 창업자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의 관심을 다른 데 빼앗기지 않고 테슬라에 온전히 붙들어 놓기 위해 아주 이례적인 방식을 택했습니다. 기존 기업들이 밟지 않은 길을 따라 개척하고 성장해 온 테슬라다운 발상이자, 머스크다운 시도였죠. 바로 머스크에게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막대한 급여를 안긴 겁니다.
주주들이 2018년에 투표로 승인한 머스크의 급여안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달성하기 쉽지 않은 원대한 목표를 세워놓고 테슬라가 이를 달성하면 머스크가 보상을 받습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머스크는 급여를 한 푼도 받지 않습니다. 대신 당시에는 일견 불가능해 보이던 목표를 이루면 머스크는 무려 3억 주의 주식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취득할 수 있습니다.
머스크가 받게 되는 급여의 규모가 매번 조금씩 바뀌는 건 현재 테슬라의 주가가 계속 바뀌기 때문인데, 현재 시점에서 3억 주를 사들여 급여는 대략 46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현재 1달러에 1,380원이 넘는 환율을 적용하면, 우리 돈 64조 원에 이르는 액수입니다.
미국에서 경영자들의 보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논의가 많기는 했지만, 지금껏 그 어떤 경영자나 창업자도 이만한 수준의 급여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주들이 이를 허락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회사의 수익을 CEO가 너무 많이 가져간다며 소송을 걸거나 해당 주식에 등을 돌릴 겁니다.
그런데 테슬라 주주들은 정반대로, 70%가 넘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머스크의 급여안을 승인해 줬습니다. 그것도 2018년에 한 번 통과됐다가 테슬라 법인이 등기된 델라웨어주 법원이 투표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이를 무효로 하자, 지난주 같은 급여안을 다시 한번 통과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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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타임스 칼럼 보기 : '어그로꾼'이 된 머스크, 그의 급여 460억 달러를 보면 그 행태를 이해할 수 있다
테슬라 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머스크와 법원의 줄다리기를 둘러싸고 UC 버클리 경제학과의 J. 브래드포드 들롱 교수가 칼럼을 썼습니다. 테슬라도, 머스크도 초심을 잃고 잇달아 혁신을 만들어 가던 반짝반짝하던 초기의 원동력을 잃어간다고 우려하는 글에서 들롱 교수는 7년 만에 기어이 다시 법원과 대립하는 머스크를 바라보며, 테슬라 주식을 밈 주식으로 만드는 데 혈안이 된 머스크는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력히 비판합니다. 오늘 글에서는 급여안의 내용과 배경,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밈 주식? 자사주 매입? 기업 가치와 주가
들롱 교수는 머스크의 급여안에 담긴 인센티브와 그에 따라 주가를 띄우려는 머스크의 노력을 밈 주식 현상에 비유합니다. 테슬라를 팬데믹 중에 (사업상의 뚜렷한 근거도 없이) 갑자기 주가가 폭등했던 원조 밈 주식 게임스탑처럼 만들 수 있으면 자신이 받게 될 보상도 덩달아 커지는 상황에서 머스크는 마찬가지로 주가가 오르면 당장의 이득을 누릴 수 있는 테슬라 주주들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델라웨어주 법원은 처음에는 투표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 주주들이 이사회와 머스크의 관계, 급여안의 세부 내용을 너무 몰라서 문제라며 제동을 걸었지만, 자세한 내용이 모두 알려진 다음에도 주주들은 머스크와 한 배를 타는 쪽을 택할 만한 유인이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밈 주식의 특징이 분명히 없지 않지만, 들롱 교수도 칼럼에서 인정한 것처럼 테슬라 주가가 오른 것을 게임스탑이나 (극장 체인) AMC처럼 별다른 사업상 전망이 없는데도 갑자기 주가가 오른 것과 동일한 현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밈 주식이 아니라면 회사의 성과를 오직 주가로만 평가하려는 경향, 주가에 모든 것을 결부하려는 성향의 문제는 자사주 취득에 관한 논의를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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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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