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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최태원, '숫자 오류' 찾아내 뒤집기 시동…노소영은 여론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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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가치 산정 오류 인정…상고심 주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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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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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 소송 상고심을 앞두고 2심 판결의 '숫자 오류'를 찾아내는 등 뒤집기에 시동을 걸었다. 2심 재판부가 오류를 인정하고 판결문을 바로잡는 '경정(바르게 고침)' 결정을 내리면서 향후 대법원 판단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도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재계는 판결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관측에 따라 장외 여론전이 격화되며 자칫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18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번 주 내로 상고장(기한 21일)을 낼 예정이다. 전날 최 회장은 이혼 소송 관련 설명회에 참석해 상고 의사를 재차 밝혔다. 최 회장이 상고장 제출 절차를 마무리하면 '세기의 이혼 소송'은 3라운드에 돌입하게 된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하며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번 재판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최 회장 측이 항소심 판결에서 '숫자 오류'를 찾아내 전날 설명회를 통해 이를 지적했고, 같은 날 재판부가 이를 인정하며 해당 대목을 수정(경정)하면서 2심을 둘러싼 적법성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최 회장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재산분할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돼 상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최 회장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화우 변호사는 그룹을 지배하는 SK㈜의 모태인 대한텔레콤(현 SK C&C)의 주당 가치 계산을 1000원이 아닌 100원으로 재판부가 잘못 계산했다고 지적했다. 주식 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된 점이 오류의 핵심이다. 이 오류를 바로잡는다면 재산분할금 책정의 기초가 된 '기여'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 앞서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를 바탕으로 회사 성장에 대한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지만, 사실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은 10배 늘어 125배, 최 회장의 기여분은 10분의 1 수준인 35.5배로 줄어들게 된다.

이 변호사는 "최 회장의 기여도가 최 선대회장의 기여도보다 훨씬 크다고 전제하며 최 회장에 내조한 노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 재산분할 비율을 65대 35로 정함으로써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판시했다"며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하며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했는데, 추후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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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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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재판부는 최 회장 측 지적이 나온 직후 경정 처리를 통해 '숫자'를 고쳤다. 최 회장 측 주장대로 주식가액 100원을 1000원으로, 상승분 355배를 35.5배로 수정했다.

재판부의 단순 경정은 최 회장 측이 원하는 결론은 아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액 등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이에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반발하고 나섰다. 변호인단은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 경정했다는 것은 원심 판결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하지만 숫자만 고치면 기존 오류를 전제로 판단한 수많은 내용은 수정되지 않는다.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3명의 재판부가 판결 전까지 '숫자 오류'를 잡아내지 못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 재판이 다소 독단적으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항소심의 김시철 부장판사는 과거 재판 전에 미리 '판결문 초안'을 작성해 놓고 계속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했다는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국정원 댓글작업을 '손자병법'에 나오는 용병술에 빗대는 등 편파 진행 잡음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번 이혼 소송 역시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듯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이 진행됐다"고 강조해 왔다.

최 회장은 '숫자 오류'를 포함해 비자금 유입, 이동통신사업 진출 등 아직 뚜렷하게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6공(노태우 정부) 특혜설'에 대해서도 지속 다툰다는 방침이다. 현재 최 회장 측은 비자금을 받지 않았고, 특혜 또한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은 "오히려 6공과의 관계가 오랜 기간 회사 이미지 및 사업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2심 재판부가 언급한 '6공의 후광' 등이 존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6공 특혜설은 해묵은 가짜뉴스로, 추후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상고심을 통해 회사의 명예를 다시 살리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고 전했다.

돌발 변수를 만난 노 관장 측은 원심 확정을 위해 여론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 회장 측이 '숫자 오류'를 지적하는 설명회를 열자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 차라리 판결문 전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자"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2심 때와 마찬가지로 장외 여론전이 격화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SK그룹에 대한 타격으로 인해 자칫 이해관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가사재판은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이미 이 원칙이 깨졌다"며 "노 관장 측이 판결문 공개를 요청하는 등 상고심 진행 과정에서도 이 원칙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전도 수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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