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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대가 치를 것”…앙숙이었던 美-사우디, 협력 관계로 돌아선 이유 [세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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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이후 관계 전환

중동 정세 해결 위해 양국 협조

“러·중 견제 위해서도 사우디와 친밀 관계 유지해야”

헤럴드경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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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중동 정세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갈등을 빚어왔던 미국과 사우디가 안보 동맹 등 협력 관계로 돌아선 것을 둔 것에 대해 조명했다. 사우디의 비판적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원유 감속 등으로 미국과 사우디가 한때 날 선 비판을 주고 받았지만, 중동 정세 관리와 러시아와 중국 견제로 양국 간의 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됐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사우디 행정부 관리들은 미국을 “가장 중요한 글로벌 파트너 중 하나”라고 표현하기도 했으며, 미국은 중동을 재편할 외교 관계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는 나라는 사우디가 아니라 이스라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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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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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언론인 암살, ‘깜짝 원유 감속’ 발표에…“대가 치를 것”=바이든 행정부 초기까지만 해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에는 냉기류가 감돌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2018년 발생한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에게 날 선 비판을 쏟았다. 미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이자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인 카슈끄지는 2018년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사우디 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

하지만 고유가 문제가 심각성을 더하자 원유 증산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2022년 7월 사우디를 방문해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사우디가 같은 해 10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 협의체인 OPEC플러스(+)를 통해 11월부터 하루 200만배럴씩 감산을 발표하면서 원유 증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빈살만 왕세자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빈살만 왕세자 역시 바이든의 발언에 대해 “더는 미국 행정부와 거래하지 않겠다”며 “미국이 큰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한 정황이 지난해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 문건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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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수용소에서 팔레스타인 여성이 잔해 속을 걷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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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뒤 바뀐 중동 정세…앙숙에서 동지로=양국 간 냉각 관계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급속히 완화됐다.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 공세가 미국과 사우디의 역학 관계를 크게 변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사우디로선 이스라엘의 가자 공세가 초래한 참상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설립을 위해 미국과의 협조가 필요한 입장이다. 중동 위기가 양국에게 모두 협력의 가치를 강화시켰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브렛 맥거크 백악관 중동 담당 조정관은 이스라엘 전쟁 발발 이후 중동 위기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사우디를 여러 차례 방문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미군이 사우디가 침공받을 경우, 즉각적인 사우디 영공과 지상 접근이 허용한다는 내용의 상호방위조약 협정을 논의했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FT에 “중동 정세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사우디와 미국은 중동 지역에 대한 공통적인 이해관계를 더욱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FT는 “미국으로선 예멘 전쟁 종식, 이란과의 긴장 완화 등의 문제에도 사우디와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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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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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중 견제 위해서도 사우디와 협력 필요=러시아,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으로선 이들 국가에 사우디가 더욱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야할 필요성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사우디의 핵심 파트너이고,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서방과 푸틴과의 관계 속에서 여전히 균형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카네기 기금의 카림 사드자드푸어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우디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시선이 문제적 파트너에서 매력적인 국가로 바뀐 것은 이해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중동연구소의 피라스 막사드는 “미국에선 더 이상 인권, 카슈쿠지, 예멘에 대만 문제가 아니라 정상화의 가능성과 사우디 내 사업 기회에 관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사우디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협력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양국간 관계가 향후 더 개설될 것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 인스티튜트의 중동 협상가인 데니스 로스는 “사우디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점점 더 우리와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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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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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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