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유로 지연" 주장…신속 훈련·인원 확대 호소
F-16 전투기에 나란히 앉은 우크라·덴마크 정상 |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지원하기로 한 가운데 미국이 정치적 이유로 조종사 훈련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의회의 무기 및 군수품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올렉산드라 우스티노바 의원이 이같이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벨기에와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일부는 60대 이상의 F-16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했다.
첫 번째 인도 물량은 올해 말 도착할 예정이다.
그러나 서방에서 지원받은 F-16 전투기가 언제 전장에 배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F-16을 운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에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조종사 훈련이 전투기 지원과 발맞춰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스티노바 의원은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공군기지에서 훈련받은 조종사는 지금까지 8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나머지 12명은 덴마크 공군기지에서 훈련받고 있으며 루마니아에서 진행될 세 번째 훈련 프로그램은 아직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우스티노바 의원은 "훈련 지연으로 올해 말까지 조종사를 20명밖에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며 "이렇게 되면 지원받은 전투기 수보다 훈련받은 조종사 수가 더 적어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에 적어도 10자리 이상을 더 확보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도 주장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 조종사들이 우크라이나군보다 먼저 훈련을 요청한 상황으로 이들과의 약속을 깨트릴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또한 우크라이나군 조종사들이 훈련 프로그램뿐 아니라 언어 장벽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스티노바 의원은 이런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변명"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F-16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광범위하게 투입되면 러시아가 이를 나토의 개입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스티노바 의원은 이를 "완전히 정치적인 이유"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F-16 전투기 지원을 지속 요청해왔지만, 미국은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해오다 지난해 8월에야 승인했다.
우스티노바 의원은 "서방에 요구한 것들은 6개월이 지난 뒤에야 받을 수 있다"며 "지난해에 F-16 전투기를 확보했다면 전쟁의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도 "러시아가 F-16과 서방의 새로운 지원이 도착하기 전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다"며 서방의 지원이 느리다고 호소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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