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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단독] 배터리 넘어 모터 부품까지 … 현대차·LG 전기차 협력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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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LG 밀월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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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 간 전기차 협력 수준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배터리, 콘텐츠에 이어 전기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모터의 주요 부품에 이르기까지 현대차그룹과 LG그룹 간 전장 부품 거래가 상당히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더구나 LG의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까지 현대차에 탑재되면 양 그룹 간 협력 레벨은 한층 높아지는 셈이다.

'글로벌 톱3' 완성차 그룹으로 우뚝 선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환 등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장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LG그룹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LG마그나와 전기차 구동 부품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LG마그나는 LG전자와 캐나다 자동차 부품회사 마그나가 세운 합작회사로 구동모터, 전력 변환 장치, 통합 시스템 등 파워트레인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9에 LG마그나의 모터 부품(고정자)을 처음으로 탑재한 데 이어 다른 전기차로 적용 폭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LG 구동 부품을 탑재했다는 건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다른 부품과 달리 사람 생명과 직결되는 주행 부품은 완성차 고객사가 가장 까다로운 잣대로 엄격하게 협력사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EV9은 현대차그룹 최초로 만든 3열 대형 전기 SUV로 각종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전동화 시장에서 회사 존재감과 전동화 기술력을 알리겠다고 절치부심해 만든 핵심 전략 신차다. EV9이라는 전략 차종에 LG마그나 구동 부품을 처음 탑재했다는 건 그만큼 LG마그나 기술력을 크게 신뢰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다른 차종으로 LG 구동 부품을 넓히겠다는 신호탄으로도 읽힌다. 기아에 이어 현대차로 적용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동 부품뿐 아니라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협력도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이달 양산에 들어가는 기아 보급형 전기차 EV3에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만든 인도네시아산 배터리가 탑재된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기차에 LG에너지솔루션 기술이 적용된 배터리가 들어가는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도 현대차그룹과 LG그룹 간 기술 협력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LG이노텍과 현대차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자율주행의 눈'으로 불리는 라이다에 대한 공동 특허를 3건 출원 중이다.

라이다는 물체에 적외선을 쏘고 되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거리와 대상을 측정하는 자율주행 핵심 센서다. 양사가 함께 개발한 라이다는 현대차그룹 신차에 처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전장 사업을 키우고 있는 LG이노텍은 현대차그룹에 오랜 기간 조명,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했다. LG이노텍은 현대차그룹 2차 협력사이지만 일부 부품은 직접 완성차에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동차가 휴식 공간으로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는 인포테인먼트(차내 전자 편의사양)다. 그중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LG전자의 콘텐츠 플랫폼인 '웹OS'가 꼽힌다. 웹OS는 2억대가 넘는 전 세계 LG 스마트TV를 구동하는 운영체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제네시스 GV80과 GV80 쿠페 신모델에 LG전자 차량용 웹OS를 처음 적용했다. 이후 제네시스 G80, 기아 카니발 등으로 탑재 차종을 넓혔다. 오는 7월 공식 출시되는 기아의 보급형 전기차 EV3에도 LG전자의 웹OS가 적용된다.

웹OS가 탑재된 차량에선 운전석뿐 아니라 조수석과 뒷자리에서도 유튜브,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다양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간편히 즐길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LG전자 웹OS 적용 차종을 큰 폭으로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LG전자 전장부품솔루션(VS)사업본부가 만든 ADAS를 자사 신차에 처음 탑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현대모비스, HL만도, 엠씨넥스 등에서 공급받아온 ADAS에 대한 신규 공급사로 LG전자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ADAS란 자동차를 편하고 안전하게 운전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레이더, 라이다, 차량용 카메라, 초음파 등 각종 인식 센서를 종합한 주행 보조장치다.

자율주행 시대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ADAS 공급이 현실화되면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략의 핵심 파트너 중 한 곳으로 LG전자가 한층 주목받게 된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LG의 존재감이 부각됐다. 지난해 출시된 GV80 부분변경 모델에 LG디스플레이가 만든 고급 패널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처음 탑재됐다. 현대차그룹은 GV80에 이어 GV70 등 제네시스 제품군에 LG OLED 탑재를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LG그룹 간 자동차 부품 협력은 20년 이상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최근 첨단 부품 수요가 더욱 높아지고 현대차그룹 판매량이 늘면서 전기차 생태계까지 적극 개척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소라 기자 / 문광민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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