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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영부인께 300만 원 엿 선물해도 되나?" 권익위에 쏟아진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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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부부 신고 종결 처리한 권익위
질의응답 게시판에 비판 글 잇따라
"디올백 괜찮다면 다음엔 에르메스로"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6일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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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종결 처리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게시판에 해당 결정을 조롱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18일 기준 권익위 홈페이지의 '청탁금지법 질의응답' 게시판에는 권익위 결정을 비꼬는 항의성 질의 글이 130개 이상 등록됐다.

지난 11일 한 작성자는 "대통령 영부인께 명품백 선물을 하려고 한다. 금액은 300만 원 상당"이라며 "대통령 지위는 이용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영부인의 국정에 미치는 힘이 상당한 듯해 영부인의 지위를 이용하고 싶다. 법에 저촉되는지 궁금하네요?"라고 물었다.

또 다른 작성자는 18일 "여기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 한 송이도 안 된다고 했던 그곳 맞죠?"라며 "법에도 없는 '직접적 직무 관련성'이란 해석으로 칼춤 출 땐 언제고, 높으신 그분한텐 300만 원도 괜찮다고 한없이 관대하네요?"라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앞서 학생이 교사에게 주는 음식물·선물은 성적 평가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원천 불가하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대통령 부인께 300만 원 상당의 우리 전통 엿을 선물 드려도 문제가 안 되냐", "디올백 선물이 문제없다고 했으니 에르메스 버킨백도 선물 가능하냐", "300만 원 이내 에코백을 용산으로 보내면 대통령기록물에 제 이름도 올라가나요?"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부실한 브리핑…"미국인은 선물해도 되나요?"

한국일보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지난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신고 사건에 대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종결 처리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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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는 10일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이 사건 제공자에 대한 직무 관련성 여부를 논의한 결과 종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상 배우자가 받은 선물이 공직자 직무와 관련이 있으면 공직자에게 신고 의무가 생기는데 이번 명품백은 윤 대통령 직무와 무관해 신고할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다.

부실한 설명으로 논란이 일자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12일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은 대통령과 직무 관련성이 없다.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외국인(미국 국적인 최재영 목사)에게 받은 선물로 '대통령 선물'에 해당, 신고 절차 없이 국가 소유가 된다'는 취지로 추가 설명했다.

대통령기록물법 제3조는 대통령이나 가족이 직무 수행과 관련해 외국인에게서 받은 선물(공직자윤리법 제15조) 등을 대통령 기록물로 간주한다. 대통령 기록물이 되려면 대통령이 직무수행과 관련해 받은 선물로서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어야 한다.

당시 '외국 공직자도 아닌데, 대통령물관리법 취지와 맞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정 부위원장이 "법령이 그렇게 해석된다"고만 답해 대통령 배우자는 외국 국적자에게 어떤 선물도 받아도 되는 것으로 인정한 셈이 됐다.
한국일보

18일 국민권익위원회 청탁금지법 질의응답 게시판에 권익위의 윤석열 대통령 부부 신고 건 종결처리에 항의하는 질문 글들이 올라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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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해당 게시판엔 외국인에게 부탁해 대신 선물하겠다는 취지의 조롱 글도 올라왔다. 한 작성자는 18일 영어로 "저는 외국인인데 영부인께 300만 원밖에 안 하는 작은 가방을 드리고 싶다. 외국인이 선물하면 법적 문제가 없다고 들었다"고 적었다. 다른 작성자도 "국적이 미국인인 지인이 꼭 선물하고 싶은 고위 공무원이 있는데 직접 만나 선물하면 청탁이 되니 공무원 부인을 대신 만나 고가의 선물을 주고 싶다고 한다. 불법인가요?"라고 물었다.

권익위는 이 게시판에 지난달까지 올라온 질문엔 대부분 답변하고 이후 게시된 글들엔 답하지 않은 상황이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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