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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사설] 하명수사 자인한 ‘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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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뉴스타파 직원들이 2023년 9월14일 압수수색을 위해 뉴스타파 본사에 나타난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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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17일 청구한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의 구속영장에 ‘별건’ 혐의를 추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별건’까지 갖다 붙이는 것은 피의자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인상을 판사에게 줘 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이려고 할 때 쓰는 검찰의 구태다. 특히 윗선의 지시로 반드시 구속해야 하는 ‘하명수사’에 많이 쓰던 수법이다. 검찰이 지난 대선 국면의 ‘윤석열 후보 검증’ 보도를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몰아 수사할 때부터 하명수사라는 의심을 받아왔는데 이를 자인하는 꼴이다.



검찰이 신 전 위원장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에 기재한 혐의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배임수·증재, 청탁금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및 공갈 등 총 5개다. 이 가운데 공갈 혐의는 신 전 위원장이 자신이 쓴 책을 정기현 전 국립중앙의료원장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과는 전혀 무관하고, 대장동 사건 수사와도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영장에 이 혐의를 넣은 것은 ‘본안’인 명예훼손과 배임수재 혐의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공갈 혐의로라도 영장이 발부되길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언론인을 어떡해서든지 구속하려는 모양새가 참으로 치졸해 보인다. 이러니 검찰이 ‘대통령 심기 경호처’라는 비아냥을 듣는 게 아닌가.



검찰은 대장동 사건의 책임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에서 윤 대통령으로 돌리기 위해 신 전 위원장과 김씨가 ‘허위 인터뷰’를 기획했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뉴스타파의 기사는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때 대장동 일당인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사건을 덮어줬다’는 취지의 기사다. 하지만 이 내용은 경향신문이 5개월이나 앞서 보도했을 뿐 아니라, 제이티비시(JTBC)와 뉴스버스 등 다른 언론들도 지난 대선 국면에서 후보자 검증 차원에서 보도한 내용이다. 당시 사건기록과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합리적 의심을 제기한 정당한 보도다. 유독 뉴스타파의 보도로 대장동 사건의 방향이 바뀔 것이라는 검찰 주장은 그 전제부터가 잘못됐다. 검찰은 애초 민주당을 ‘배후’로 의심하고 이재명 캠프 관계자들을 상대로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했지만, 이번 영장에는 관련 내용이 하나도 없다.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만들면서 ‘대선개입 여론조작’ 수사팀이라는 이름을 붙인 게 무색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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