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장쑤자동화연구소, ICL 소프트웨어 군사용 도입 언급
"과학계, 대학 간 파트너십에 주의할 필요를 인지하는지 의문"
2022년 8월24일 이란군이 한 군사기지에서 무인기 조종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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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중국의 한 국영 기업이 '스마트 군사 기지(smart military bases)'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에 접근하기 위해 영국의 한 명문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으려 했던 정황이 밝혀졌다.
스마트 군사 기지는 첨단 기술을 융합해 운영 효율성과 보안 등 전반적인 효과를 향상시킨 부대를 말한다. 내부 시설 점유율이나 인원수를 자동으로 파악하고, 감시 능력 강화, 특정 군인에게 기지 내 구역에 다양한 수준의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등 여러 가지 작업을 돕는다.
17일(현지시각)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중국 장쑤 자동화 연구소(JARI·Jiangsu Automation Research)는 영국 최고 명문 대학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대학교 소속 과학자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군사용으로 하는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자선단체인 '영국-중국 투명성(UK-China Transparency)'이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이메일 내역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중국의 장쑤 자동화 연구소는 특히 중국 무인기(드론) 전투함을 설계하는 분야에서 뛰어난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 2019년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300만 파운드(약 52억58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해당 대학 직원 2명과 소프트웨어 관련 목표를 공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디지털 해양 혁신 센터는 이케 궈 교수의 지휘 아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이터 과학 연구소를 기반으로 운영될 예정이었다.
센터 목표는 해양 예측, 컴퓨터 비전, 민간 응용 분야를 위한 지능형 제조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파트너십이 공식화되기 전에 대학이 주고받은 서신에는 군사 용도를 고려한 정황도 나타났다.
지난 2018년 11월 중국 장쑤 자동화 연구소의 연구 책임자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소속 교수와 다른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이터 과학 연구소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자체 '자리(JARI) 파일럿' 기술에 통합해 더 강력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실험하는 것이 주요 목표'라고 언급했다.
제안된 응용 분야로는 '스마트 연구소' '스마트 군사 기지' '스마트 해양'이 명시됐다.
관련 조사를 진행한 자선단체 영국-중국 투명성의 샘 더닝 이사는 "이번 연구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전문성과 자원을 중국의 해상 전투 무인기 연구 프로그램에 연결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는 증거를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파트너십은 대학 부문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며 "영국 과학계가 시진핑 주석 통치 아래 중국이 더 권위주의적이고 군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국가와 협력할 때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중국 장쑤 자동화 연구소 간의 파트너십은 지난 2021년에 종료됐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은 영국 정부 관계자와 논의를 거쳐 지원금 50만 파운드(약 8억7000만원)도 반환했다.
당시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이터 과학 연구소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공지능 연구자인 궈 교수가 이끌고 있었다.
채널4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궈 교수는 상하이 대학의 연구진들과 미사일 설계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해상 전투 무인기 함대 제어에 관한 논문을 8편 작성하기도 했다. 궈 교수는 2022년 말 홍콩과학기술대 총장 제의를 받고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을 떠났다.
또한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 군 관련 기관과 기업으로부터 1800만 파운드(약 315억5200만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받았지만 과학 협력에 대한 정부 정책이 강화되면서 여러 합작 투자를 중단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중국과의 학술 협력으로 인한 잠재적 안보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강화해 왔다. 지난 4월에는 영국 정보기관인 국내정보국(MI5)도 각 대학에 중국이 내부 통치나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감한 연구 분야의 성과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tigeraugen.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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