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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담배처럼 SNS에도 경고문을"…미 SNS 규제 탄력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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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소셜미디어(SNS)에 횡행하는 혐오 발언, 허위 정보, 성적 착취 등이 미성년자에 미치는 악영향이 부각되며 미국 공중보건 책임자인 의무총감이 소셜미디어(SNS)에 담배와 같은 경고 문구를 표시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에서 이러한 콘텐츠 확산 책임을 플랫폼 기업에 묻는 법이 시행된 데 이어 미국에서도 관련해 상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법안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비벡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은 1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젊은층의 정신건강 위기는 비상 상황이며 소셜미디어가 주요 원인으로 드러났다"며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고 명시된 의무총감 명의 경고 표시를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노출하도록 촉구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연구 결과 "하루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불안과 우울 증상을 겪을 위험이 두 배로 커지는데 2023년 여름 기준 이 연령대의 평균 사용 시간은 4.8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고에서 의무총감 명의로 담배에 표시되는 경고 표시 관련 연구 결과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높여 행동을 변화시켰다"고 덧붙였다. 담배에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 문구가 표시되기 시작한 1965년 미국 성인 흡연율은 40% 이상이었지만 2005년엔 절반인 20.9%로 떨어졌고 2021년엔 또다시 거의 반토막 난 11.5%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이러한 흡연 감소가 관련 건강 위험 경고와 공공장소에서 흡연 금지 조치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머시 의무총감은 기고에서 "경고 표시 자체가 소셜미디어를 안전하게 만들진 않는다"고 강조하며 의회, 기업, 학교 및 가정에서 함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의회가 입법을 통해 온라인에서의 괴롭힘, 학대, 착취 및 알고리즘에 의해 너무 자주 등장하는 극단적인 폭력·성적 콘텐츠로부터 젊은층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업들이 플랫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든 자료를 학자와 대중에 공유해야 하며 안전성에 관한 독립적인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학교가 휴대폰 없는 수업 및 사교 환경을 조성하고 부모는 취침 전, 식사 및 사교 모임 때 휴대폰 금지 시간을 만들며 자녀의 소셜미디어 접속 시기를 중학교 이후로 미루도록 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자녀에 대한 감독은 "말처럼 쉽지 않다"며 소셜미디어로 인한 피해는 "의지와 양육의 실패가 아니라 적절한 안전 조치, 투명성 혹은 책임감 없이 강력한 기술을 허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머시 의무총감은 지난해에도 소셜미디어가 아이들에게 안전하다는 충분한 증거는 없고 젊은층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증거는 늘고 있다며 의회가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접속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 경고 문구 표시를 노출하기 위해선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머시 의무총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의원들이 해당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데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이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것이라는 희망에만 기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미 (이런 상태로) 20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소속 마샤 블랙번 미 상원의원과 민주당 소속 리처스 블루먼솔 미 상원의원은 공동성명을 내 "미국 보건 수장인 의무총감이 소셜미디어가 우리 아이들에게 끼치는 해로운 영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주의를 환기하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지금이 필리버스터를 넘어 초당적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KOSA)을 가결할 때"라고 촉구했다.

소셜미디어 기업에 플랫폼을 이용하는 미성년자에 대한 괴롭힘, 학대, 성적 착취 등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은 상원에선 초당적 지지를 모았지만 공화당 다수인 하원 통과는 불투명하다. 다만 17일 미 의회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하원 격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지지 정당을 막론하고 응답자의 약 80%가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에 대한 지지를 보였다.

미 상원에선 지난해 소셜미디어 앱 사용에 나이 제한을 부과해 13살 미만은 사용 금지, 13~17살은 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하며 18살 미만 이용자엔 알고리즘을 이용한 콘텐츠 추천을 금지하는 또 다른 어린이 이용자 보호법도 발의된 바 있다.

미국에선 2000년부터 웹사이트나 온라인 서비스가 13살 미만 어린이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용하기 전 부모에게 이를 직접 알리고 승인을 얻도록 한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COPPA)이 시행돼 이미 대부분의 소셜미디어 기업이 13살 미만의 플랫폼 이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어린이들이 이를 쉽게 우회하고 있다고 <AP>는 설명했다.

알고리즘 추천에 의한 혐오 콘텐츠 확산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월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과 켄트대 연구팀이 짧은 영상 플랫폼인 틱톡에서 일반적인 소년과 남성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여러 타입으로 설정된 계정의 추천 콘텐츠를 5일간 추적한 결과 초기 제안된 콘텐츠는 설정한 관심사와 일치했지만 5일 뒤엔 모든 타입에서 추천 콘텐츠 중 여성혐오 콘텐츠가 늘었고 늘어난 정도는 13%에서 56%로 4배에 달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소셜미디어 등에서 확산하는 허위 정보와 혐오 발언, 아동 학대와 괴롭힘 등 유해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해당 콘텐츠가 게재된 플랫폼 등 기술 기업에 지우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도입해 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엔 전세계 매출의 최대 6%에 해당하는 무거운 벌금을 물도록 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경고 문구 표시 도입이 본격 논의될 경우 기술 기업들이 소셜미디어가 미치는 해로운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확립되지 않았으며 미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들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러한 반발은 담배 경고 표시 관련해서도 나온 바 있다고 덧붙였다.

머시 의무총감은 관련해 기고에서 "내가 의대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비상 상황에선 완벽한 정보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용 가능한 사실을 평가하고 최선을 판단을 내린 뒤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프레시안

▲비벡 머시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이 지난 4월23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 중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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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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