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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설왕설래] 홍어 식문화, 인류 유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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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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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의 인물 중 홍어에 대한 가장 많은 일화를 남긴 이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다. 전남 신안군 하의도 출신인 그는 고향 음식인 홍어 요리를 유난히 즐겼다. 1992년 대선 패배 후 영국 체류 시절에도 측근들이 흑산도 홍어를 항공기로 실어 갈 정도였다. 평화민주당 등 야당 총재 시절 그는 주요 행사가 있을 때면 홍어를 당사로 공수했다. 1998년 대통령 취임 후에는 청와대 행사에도 홍어가 자주 등장했다. 서울의 홍어 식당은 1980년대 초반 영등포 시장 일대에 몇 군데 생긴 게 시초였다. DJ 집권 후 대통령 최애 음식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홍어는 소금을 뿌리지 않고 숙성시켜 먹는 유일한 생선으로 톡 쏘는 맛이 별미로 꼽힌다. 홍어 특유의 냄새는 체내의 요소(尿素) 성분이 암모니아로 분해되면서 나오는 것이다. 홍어는 전라도 잔칫집에는 빠지지 않고 올랐다. “잔칫집에 홍어가 없으면 잔치를 다시 해야 한다”는 말까지 있다. 한민족은 선사시대부터 홍어를 즐겨 먹었다. 선사시대 패총, 고려시대 난파선 유물에서도 홍어류 뼈가 나왔다.

홍어는 신안 흑산도에서 잡히는 것을 최고로 친다. 다른 지역 홍어보다 크고 맛이 좋다. 흑산도에서는 전통적인 주낙 방식으로 홍어를 잡는다. 흑산도 홍어잡이는 2021년 국가 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목포는 흑산도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 항구로, 홍어를 손질해 파는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나주도 홍어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를 돛단배에 싣고 5일쯤 걸려 나주 영산포까지 오면 알싸하게 삭았고, 그러다 보니 영산포 일대에 홍어 요리가 발달했다고 한다. 영산포 인근에는 ‘홍어거리’가 있다.

홍어의 생산(신안), 유통(목포), 조리(나주) 분야를 대표하는 전남 세 지방자치단체가 홍어 식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세 지자체는 최근 목포에서 ‘홍어 식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국 음식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은 2013년 김장 문화에 이어 두 번째다. 홍어 식문화가 머지않아 인류문화유산 등재라는 낭보를 전해오기를 기대한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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