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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모친 살해 '전교 1등'…13년후 '두 아이 아빠'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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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tvN 프로그램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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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2011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존속살인 사건이 있었다.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던 고3 수험생이 자신을 학대한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과 8개월간 동거한 사건이다. 수많은 비난 속에 동정 여론이 일기도 했던 그는 어느덧 서른이 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된 모습으로 매스컴에 자신을 드러냈다.

tvN 프로그램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는 17일 이 사건의 주인공 강준수(가명) 씨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그는 고3 수험생이던 2011년 3월 서울 광진구 자택 안방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그는 어머니의 시신을 방에 그대로 방치해 둔 채 8개월간 함께 살아 충격을 줬다.

인륜을 저버린 범죄를 저질렀지만, 일방적으로 비난 여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끔찍한 학대를 견디다 못해 범행한 거였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장이 '피해자를 동정한다'는 말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자 역시 당시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진 1심 법정에 취재를 갔는데, 법정 안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눈물을 흘렸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사연은 안타까움을 샀다. 그를 벌해달라고 기소한 검사마저 눈물을 쏟았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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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는 징역 단기 3년, 장기 3년6월 선고받고, 3년 복역 후 출소했다. 존속살해의 최소 형량인 징역 7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 법에서 허용하는 최저 형량이다. 그리고 13년이 지나 서른한살의 나이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그는 가정을 이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돼 있었다.

강준수는 방송에서 "우선 비난하는 분들이 있으실 거라는 생각이 확실히 있다. '잘 전달될 수 있을까'라는 염려가 조금 있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강 씨의 어머니는 본인이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한 한으로 자식의 공부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고 한다. 강 씨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20년 공부 계획을 모두 세워뒀을 정도였다.

집착은 교육열의 수준을 넘어서 체벌로 이어졌다. 강 씨는 유년시절부터 어머니로부터 성적 문제로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웬만큼 어렸을 때 종아리를 회초리로 맞았다. 매의 변천사가 있다. 초4 때는 알루미늄 노가 찌그러지도록 맞았고, 5~6학년 때는 대걸레 봉으로 맞았다. 중학교 때는 나무로 된 야구 배트로 맞았다. 아버지가 집에 오면 (체벌이) 멈춰서 '언제 들어오시나' 하면서 기다렸다"고 했다.

그는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이었지만, 어머니의 기대는 그보다 높았다. 그는 "중1 때 첫 시험에서 전교 2등을 했다. 기쁜 마음으로 소식을 전했는데 혼나면서 맞았다. 전교 2등으로 만족했다고, 올라갈 생각을 해야지 하시더라. 약간 억울했지만 다음 시험에서 1등 해서 기쁘게 갔는데 '전국 중학교가 5000개인데 넌 5000등으로 만족할 거냐'고 또 혼났다"고 말했다.

강 씨의 부모는 사이가 틀어져 별거를 했고,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집착은 강해졌다. 반면 강 씨는 학업 성적이 점점 떨어졌고, 외고 입시에도 낙방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어머니의 성적 집착은 멈추지 않았고, 강 씨는 결국 성적표를 조작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무리 성적을 높여서 위조해도 어머니는 만족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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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는 더욱 심해졌다. 강 씨는 "준비하라고 하면 바지를 갈아입었다. 맞을 때 입는 바지가 있었다. 엉덩이 부분이 피로 절여졌는데, 피 나면 빨아야 하는 게 감당이 안 돼서 빨지도 않고 계속 그걸 입고 맞았다"며 "기대고 자고, 엎드려서 자다 걸리면 혼났다. 시간을 재서 40분에 한 번씩 정산하듯이 맞았다"고 회상했다.

강 씨가 학대를 당한 사실은 이웃들이나 강 씨의 학교 친구들도 다 알만큼 버젓이 행해졌다. 모친을 살해하고 8개월이 지나 수사기관에 검거됐을 때도 체벌로 인해 강 씨의 엉덩이 피부조직이 괴사된 흔적이 남아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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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 두 달 전, 강 씨의 부친은 정식으로 이혼 통보를 했다. 그만큼 어머니의 학대도 강해졌다. 고3이 됐다는 이유로 밥도 먹지 말고 잠도 자지 말라는 체벌이 추가됐다.

강 씨 역시 학대로 인해 극도로 날카로워졌다. 그는 사건 당시 수사기관 진술에서 "하루 이틀 지나니 밥 못 먹는 것은 별로 힘들지 않고 별 느낌이 없었다. 그러나 잠을 못 자는 것은 힘들었다. 내가 짐승이 되는 느낌, 눈에서 빛이 나는 느낌"이라며 "누가 건드리면 주먹이 나갈 듯 짜증 나고 다른 데는 별 감각이 없는데 머리와 눈에 감각이 몰렸다"고 했다.

사건 당일도 학대는 지속됐다. 어머니는 사건 전날 밤 11시부터 당일 아침 8시까지 무려 9시간 동안 밤새 골프채로 강 씨를 수백대 폭행했다. 지옥같은 폭행이 끝나고 어머니는 안방에 잠을 자러 갔고, 강 씨는 공부를 하기 위해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강 씨는 "(고통을 참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달력에 학부모 입시 상담 날이 다가온 것을 보고 '엄마가 학교에 오시면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들통나 엄마한테 맞아 죽겠구나' 생각했다. 너무 무서웠고 죽기 싫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렇게 엄마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를 살해한 뒤 사람 같지 않게 살았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옮긴다거나 숨기겠다는 생각도 안했다고 한다. "악몽인지 환청인지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를 듣기도 했고 죄책감이 컸다"고 회고했다.

그는 "어머니는 최고의 사랑을 주신 거다. 인생을 갈아 넣어서 저를 키워주셨다. 저는 어머니께서 점점 더 힘들어하실 때, 점점 더 저한테 푸시했을 때, 이제야 해석되는 건 어머니께서 점점 더 불안하고 두려워지셨다는 거다. 어머니께 내가 아니어도 어머니는 대단하고, 귀한 사람이고,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위로해 드리지 못한 게 후회된다. 만약에 돌아갈 수 있다면, 어머니께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눈물을 쏟았다.

강 씨는 출소 후 한 여성을 만났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다.

방송이 나간 후 논란이 일고 있다. 그의 안타까운 사연에 동정하며 죗값을 치른 만큼 새 삶을 살기를 응원한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범죄자의 범행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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