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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김동연의 경기도, 비명계 ‘망명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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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사이드]

친문 전해철 도정자문위원장 위촉

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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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이 경기도 도정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전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친문(親文) 핵심이다. 그를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한 사람은 김동연 경기지사. 김 지사는 최근 비서실장에 안정곤씨를, 경기도 정책수석에는 신봉훈씨를 임명했다. 안 실장과 신 수석도 각각 문재인 정부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노무현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친문계다. 민주당에서 ‘친문 학살 공천’이란 말을 낳은 4·10 총선 이후 친문계 인사들이 ‘김동연 경기도’에 속속 둥지를 틀면서 정치권에서 “경기도청이 친문계의 망명지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김동연 지사는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후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을 꾸준히 참모로 영입해 왔다. 경기도청 강권찬 기회경기수석과 김남수 정무수석 등이 대표적이다. 강 수석은 문재인 청와대 시민참여비서관을, 김 수석은 노무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을 지낸 친문 인사다. 김 지사가 첫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했던 강성천 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도 문재인 청와대 산업통상비서관을 지냈다.

경기도 산하 공공 기관에도 친문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작년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장에 임명된 김혜애씨는 문재인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 출신이다. 2022년 12월 경기도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장에 임명된 주형철씨도 문 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지냈다. 주 원장은 지난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김 지사의 친문 인사 영입은 최근 전해철 전 의원을 도정자문위원장에 위촉하면서 중앙 정치권의 이슈로 번졌다. 전 전 의원 위촉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김 지사와 전 전 의원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며 강력 반발하고 나온 것이다. 이 대표 지지자들의 이런 반응은 전 전 의원이 친문계에서 갖는 위상과, 과거 그와 이 대표의 악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다. 이후 19대 총선 때 경기 안산 상록갑에서 당선돼 국회에 들어온 전 전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의 2012·2017년 대선 도전을 도왔다. 2017년 문 전 대통령이 당선된 뒤엔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냈고, 20·21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돼 3선에 오른 그는 ‘부엉이 모임’ ‘민주주의 4.0′ 등 친문계 의원 모임도 주도했다.

전 전 의원은 이미 2018년 민주당의 경기지사 경선 때 이 대표와 부딪치는 등 대립해 왔다. 하지만 이 대표가 2022년 8월 민주당 당권을 잡은 뒤로는 처지가 뒤바뀌어 비주류 길을 걸었다. 결국 이 대표가 주도한 지난 4·10 총선 공천 때 ‘하위 20%’ 평가를 받았고, 경선에서 친명 핵심 양문석 의원에게 패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2018년 경기지사 경선 때 친문 측에서 이 대표 아내 김혜경씨와 관련된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전 전 의원은 이 대표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됐다”고 했다.

이 때문에 김 지사가 전 전 의원을 영입한 것을 야권 인사들은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관료 출신인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내긴 했지만 경기지사 취임 후로 정치적으로 해석될 만한 이렇다 할 언행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 지사는 최근 민주당 내 주요 이슈에 대해 이재명 대표 측과 상반된 입장을 밝히는 등 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최근 ‘이재명 맞춤용’이란 지적이 제기된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이 대표의 ‘전 국민 민생 지원금’ 제안에 대해서도 선별 지급을 주장했다. 민주당에선 “김 지사가 차기 대선 도전을 염두에 두고 노선·세력에서 이 대표와 차별화하려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김 지사가 비명계의 구심점을 염두에 두고 친문계를 규합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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