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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오송 참사 겪고도… ‘침수 위험 지하차도’ 159곳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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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지하 침수 대비 실태조사

조선일보

집중 호우가 충청권을 덮친 작년 7월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미호강에서 범람한 흙탕물로 가득 차 있다. /지하차도 보안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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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4명이 숨진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계기로 감사원이 감사를 한 결과, 전국 159개 지하차도가 궁평2지하차도 사고와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 강둑이 허물어지는데도 지하차도 차량 진입을 통제하지 않았던 것이 사고 원인 중 하나였는데, 이 사고 이후에도 홍수 때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기준을 세워두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감사원이 18일 공개한 ‘하천 범람에 따른 지하 공간 침수 대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지하차도 1086곳 가운데 183곳(16.8%)이 홍수 시 침수될 수 있는 곳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이 중 159곳이 지하차도 내로 물이 들어올 때 차량을 통제하는 기준을 갖고 있지 않았다.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지난해 7월 15일 폭우로 미호강의 임시 제방이 허물어지면서 강물이 약 550m 떨어진 지하차도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면서 벌어졌다. 충북도와 경찰은 강물이 넘칠 위험이 있다는 제보와 신고를 사전에 접수하고도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아 차량 17대가 순식간에 물에 잠기면서 1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감사원은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된 그날, 다른 7곳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인근 하천이 범람할 상황에서도 관리 기관들이 ‘조치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차량 진입을 통제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전 계룡·성남·대전역·대동, 세종 대평·오송지하차도는 각각 인근 하천에 홍수 경보가 발령됐는데도 차량 진입을 통제하지 않았고, 궁평(1)지하차도는 2지하차도에서 사고가 나고 2시간 가까이 지난 뒤에야 통제됐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가 지하차도 안전 기준에 침수에 대비한 사항들을 정해 놓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침수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 182곳 중 163곳(89.6%)은 내부에 고립된 사람들이 이용할 비상 탈출구와 사다리를 갖추지 않았다.

또 지자체들이 지하차도 40곳에 대해 공무원이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서도 차량 진입을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는 ‘진입 차단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었으나, 17곳은 지원을 받지 못해 감사원 감사 시점까지 시설이 설치되지 않고 있었다. 청주시가 궁평2지하차도에 진입 차단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2020·2021년 두 차례 예산을 신청했으나 우선순위가 낮은 것으로 평가돼 예산을 받지 못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비로소 예산이 배정됐으나, 설치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사고가 났다.

지하차도들의 무방비 상태는 올해 2월까지도 계속됐다고 한다. 통제 기준 마련이 시급한데도 행안부가 올 2월까지 이를 내버려뒀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3월 행안부·환경부·국토부 등에 관련 조치를 요구했고, 각 부처는 뒤늦게 통제 기준 수립 등의 조치에 들어갔다.

감사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치수(治水) 계획을 세우는 데 기초 자료가 되는 연구 용역 보고서도 부실하게 작성됐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4대강 유역을 1만4093개 구역으로 쪼개 각 구역의 중요도를 평가하고 홍수 피해를 우선적으로 방어해야 할 지역을 가려내는 작업을 12개 업체에 맡겼다. 용역비는 9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서울 도봉천, 부산 평강천 등 235개 하천에 대한 중요도 평가가 빠져 있었고 338개 하천은 기초 조사에서부터 오류가 있었다고 한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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