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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韓中 안보대화 열린 날… 북한군, 9일만에 또 군사분계선 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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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무장 20∼30명 경고사격에 퇴각

‘韓中 대화’ 中에 불만 표출 가능성

합참 “北 DMZ 지뢰 묻다 잇단 폭발

다수 사상에도 무리하게 계속해”

동아일보

北, 동해선 철도 레일 철거 북한군이 남북을 잇는 동해선 철도 레일을 철거하는 모습이 최근 우리 군 감시자산에 포착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남북 관계 단절을 선언한 이후 실제 분리 조치에 나선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군이 18일 오전 군사분계선(MDL·휴전선)을 넘어온 곳은 강원 철원과 화천의 경계 지역으로 알려졌다. 앞서 9일 북한군이 MDL을 침범한 경기 연천에서 동쪽으로 40∼50km 떨어진 곳이다.

군은 앞서 9일 침범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단순 침범’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북한군이 아흐레 만에 연거푸 MDL을 침범한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특히 북한이 한중 ‘2+2’ 외교안보대화가 열린 날에 MDL을 침범한 것은 최근 관계가 껄끄러운 중국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효과도 의도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가운데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를 매설하던 북한군 다수가 폭발 사고로 죽거나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또 MDL 일대 10여 곳에서 하루 수천 명의 병력이 DMZ 내 대전차 방벽과 경계 보강을 위한 지뢰 매설 및 불모지 조성 작업 등에 동원되고 있다고 합동참모본부는 전했다.

● 일부 무장 북한군, 또 휴전선 침범

18일 오전 8시 30분경 철원과 화천 경계 지역의 MDL을 침범한 북한군은 20∼30여 명이었다. 일부는 소총으로 무장했고, 나머지는 곡괭이와 삽 등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MDL을 20m가량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했다.

합참은 수풀이 우거져 MDL 표시가 잘 보이지 않는 DMZ 내에서 수풀 제거 작업을 하다가 단순 침범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두 차례나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만큼 북한이 작업을 가장해 우리 군 태세를 떠보려고 했을 수도 있다. 군 소식통도 “작업 중 우발적 월선을 가장해 대남 정찰을 했을 수 있다”고 했다.

‘침범 타이밍’ 역시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한중 외교안보대화 개최 당일 MDL을 침범한 의도에 중국을 겨냥해 던진 메시지도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한중 협력 기류 속 최근 중국과 관계가 다소 껄끄러워진 북한이 중국을 향해 한국과 거리를 두라고 불만을 표출하는 동시에 자신을 봐달라는 메시지로도 읽힌다”고 했다. 앞서 5월 한중일 정상회의 당시에도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한 바 있다.

● 지뢰 폭발로 북한군 다수 죽거나 다쳐

합참은 이날 “최근 북한이 DMZ 내에서 지뢰 (매설) 작업 중 여러 차례 폭발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군은 우리 감시자산에 포착된 북한군의 지뢰 매설 작업 모습과 폭발 사고로 희뿌연 연기가 솟아오르는 사진도 공개했다. 폭발 사고는 3, 4차례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파기 선언 후 폭파했던 최전방 감시초소(GP)를 올 1월에 복원했다고 한다. 이어 경의선과 동해선 등 남북 연결도로 일대에 지뢰를 매설했고, 최근엔 동해선의 가로등과 철도 레일까지 제거 중이다. 올 4월부터는 북방한계선(MDL 북쪽 2km) 10곳에서 불모지 조성과 지뢰 매설, 대전차 방벽 추정 구조물 설치, 전술도로 보강 등을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합참은 전했다. 합참 관계자는 “10여 곳에서 1곳당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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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일대엔 방벽 설치 북한군이 휴전선 이북 2km 지점인 북방한계선 일대에 대전차 방벽을 만드는 모습. 북한은 휴전선 일대 4곳에 이런 방벽을 설치 중이다. 김정은이 남북 관계를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만큼 전쟁에 대비하는 목적과 함께 귀순을 막고 물리적 국경선을 만들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벽 오른쪽 철로는 북한이 철거 중인 동해선이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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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건설 중인 방벽에 대해선 군은 국경선 역할보단 대전차 장애물로 평가했다. 이 구조물은 DMZ 출입문인 북측 통문 4곳에 높이 4∼5m, 폭은 짧게는 수십 m, 길게는 수백 m로 건설됐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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