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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또 중국에 유괴될까봐? 달라이 라마 "환생 후계자 고려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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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살아있는 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돕는데 집중"…
미 의회대표단 다람살라 방문, 방미 때 바이든 대통령 만날까

머니투데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지난해 10월 4일(현지시각) 인도 다람살라의 출라캉 사원에서 대만 불교 신자들과 종교적 대화를 하면서 기도하고 있다. 대만 불교 단체의 요청으로 3일간 열렸던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가 이날 종료됐다. /AP=뉴시스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주로 올해 88세인 달라이 라마가 환생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후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티베트 사람들은 달라이 라마를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보는데, 그가 사후 차기 달라이 라마로 다시 환생한다고 믿는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달라이 라마는 17일(현지시간) 티베트 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 마을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있는 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내 모든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생에 대해선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를 대체할 후계에 대한 질문은 티베트와 중국 사이의 최대 현안이다. 티베트 망명 세력은 중국의 개입을 거부하며 달라이 라마에게 후계자 선정을 맡긴다고 의견을 모았고, 2020년 미 의회도 이를 지원하는 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를 티베트 분리주의 운동의 구심점으로 간주하는 중국은 자체 지정한 종교적 2인자 판첸 라마를 통해 후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달라이 라마 사후 다수의 후계자가 나올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는 환생을 관리하는 중요한 동반자였으나 판첸 라마가 중국 정부에 근접해지며 두 라마의 거리가 멀어졌다. 결국 지금은 달라이 라마가 지정한 판첸 라마와 중국이 지정한 판첸 라마가 라마교(티베트 불교)의 지도자로 다른 위치에서 공존하고 있다. 95년 달라이 라마가 지명한 당시 6세의 판첸 라마는 중국 당국에 붙잡혀 지금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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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현지시각) 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망명 어린이들이 제11대 판첸 라마인 게둔 초에키 니이마의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 중 티베트 국가를 낭송하고 있다. 니이마는 여섯 살이던 1995년, 달라이 라마로부터 판첸 라마로 지명된 후 중국 당국에 붙잡혀가 지금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판첸 라마는 달라이 라마에 이어 티베트 불교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위의 지도자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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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달라이 라마가 무릎을 치료하기 위해 미국 방문을 앞둔 터라 그의 사후를 둘러싼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환생 후계자가 망명지 인도에서 태어날 수 있다고 밝혔던 반면 중국은 중국의 법과 절차에 따라 후계자가 정해질 것이란 입장이다.

현 달라이 라마는 두 살 때 전임 달라이 라마의 환생 승계자로 지목됐다. 인도 망명 60주년 기념일 인터뷰에서 그는 "가까운 장래에 2명의 달라이 라마가 나타날 것이다. 1명은 자유로운 (망명지인) 인도에서 나타날 것이고 다른 1명은 중국 당국이 지명할 것"이라며 "아무도 중국이 지명한 달라이 라마를 존경하지 않을 것이며 그 때문에 중국이 새로운 문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이 사후에 여성으로 환생할 수도 있고, 아예 환생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도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마이클 맥컬 공화당 하원의원과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초당적 미국 의회 대표단이 18~19일까지 다람살라를 방문한다. 달라이 라마가 무릎 치료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기 며칠 전이라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미-중 대립이 첨예한 시기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만남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현 14대 달라이 라마(텐진 갸초)는 1959년 중국의 티베트 통치에 반대해 인도 동북부의 히말라야 산맥 기슭인 다람사라에 티베트 망명 정부를 세웠다. 티베트의 정치·종교적 지도자로 헌법을 기초하는 한편 티베트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며 비폭력 독립 운동을 전개해왔다. 2011년 8월부터 선거로 뽑힌 중앙티벳정부의 대통령에게 정부 수반 지위를 이양했지만 여전히 실질적 국가원수로 예우받고 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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