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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홍콩’ 꿈꾸는 하이난성…외국인 없고 중국인도 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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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0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 국제면세성 정문. 하이난/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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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외국인 고객은 한 달에 한명을 보기 어렵다 보니 익숙하지 않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중국 최남단 하이난성 하이커우시 르웨광장 면세점, 2층 전자제품 상점에서 전기면도기를 사는데 결제가 지체됐다. 중국인 고객은 금세 값을 치르고 떠났지만, 외국인인 기자는 1층 안내데스크로 가서 따로 등록하는 등 20여 분이 지난 뒤에야 결제를 마칠 수 있었다. 상점 직원은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중국이 국제도시인 ‘제2의 홍콩’으로 키우는 중국 최남단 하이난성을 지난 10~12일 찾았다. 베트남, 타이(태국)와 비슷한 위도로 남한의 3분의 1 크기인 3만5천㎢의 섬인 하이난성은 이국적인 관광 자원과 면세 쇼핑을 앞세워 내·외국인을 유혹한다. 하지만 하이난에 머문 사흘 동안 다른 피부색을 가졌거나 중국어가 아닌 다른 나라말을 쓰는 이는 보기 힘들었다. 하이난이 아직 국제도시 홍콩이 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하이난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 역시 많지 않았다. 지난 10일 방문한 하이커우 국제면세성은 세계 최대 크기인 22만㎡의 단일 면세점이라는 칭호가 무색할 정도로 방문객이 적고 한산했다. 1~2층에 자리한 구찌, 프라다, 카르티에, 버버리, 미우미우 등 명품관에는 두세 명의 고객이 여유 있게 물건을 둘러봤고, 4층 식당가는 21개의 식당과 카페 중 6곳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날은 중국 명절 중 하나인 단오절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연휴 특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 부진과 실업률 증가에 시달리는 중국의 부진한 경제 상황이 하이난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었다.



하이난을 제주도나 유럽 안도라 등 주요 면세지역과 경쟁할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중국 당국은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2021년 중국인에게 적용하는 면세 한도를 연 3만위안(약 570만원)에서 횟수 제한 없이 연 10만위안(약 1900만원)으로 3배 이상 올렸고, 하이난을 다녀가면 180일까지 온라인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난에 총 12개의 면세점을 열었고 중국 최대 면세기업인 국영 차이나듀티프리 그룹(CDFG)은 아예 본사를 하이난으로 옮기고 6개의 면세점을 차렸다.



한겨레

10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 국제면세성 로비 전시물을 사람들이 둘러보고 있다. 하이난/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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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하이난을 홍콩·싱가포르 같은 글로벌 자유무역·금융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방책도 내놨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8년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을 직접 선포했고, 2025년까지 특수지역으로 완전 분리하는 ‘봉관’을 완료할 예정이다. 봉관이 되면, 일부 상품과 서비스에 적용되는 무관세 정책이 전면 시행되고 기업 소득세도 인하된다. 지난 2월에는 한국, 일본, 독일 등 59개국 시민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하이난 면세산업은 2011년 면세 구역 도입 이후 눈에 띄는 성장을 하지 못했지만 코로나19 사태 때 해외여행을 못 가는 중국인이 몰리면서 급성장했다. 2020년, 2021년 면세 매출이 각각 275억위안(약 5조2천억원), 495억위안(약 9조4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02%, 80% 늘었다. 한국과 비교해 면세 매출 규모도 10분의 1에서 절반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2022년 면세 매출 349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30% 감소했고, 2023년에는 437억위안으로 25% 증가하는 등 성장이 주춤하고 있다.



외국으로 나가던 중국인 면세 쇼핑 수요를 하이난이 흡수하면서 국내 면세점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3조7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차이나르네상스 아시아지역 책임자 찰리천은 “하이난성의 주요 목적은 해외에서 발생하는 면세 매출을 중국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지역 전체를 면세 구역화하는 것”이라며 “하이난은 쇼핑객들이 국내 여행을 선택하고 덜 고급스러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하향의 수혜를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하이난/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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