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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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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식구 가장을 화풀이 대상으로 살해… “아빠 살려내” 절규 [사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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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오늘... 뉴스 속 사건 재구성

“인터넷 느리다” 점검 부른 ‘외로운 늑대’

일면식도 없는 설비기사에 흉기 휘둘러

세계일보

지난 2017년 6월 20일 충북 충주시 칠금동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관련 피의자 권모씨(당시 55세)가 현장검증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충주=뉴시스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불만을 가졌던 한 50대 남성은 인터넷 속도를 높여주려고 온 인터넷 설치기사를 무참히 살해했다.

7년 전인 2017년 6월 20일 충북 충주시 칠금동 사건 현장에서 인터넷 설치기사 이모씨(당시 53세)를 살해한 권모씨(당시 55세)의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현장검증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진행됐고 권씨는 약 12분 동안 당시 사건을 재연했다. 현장검증을 지켜본 유족들은 깊은 슬픔과 분노를 표출하며 울부짖었다. 유족들은 “당신이 사람이냐. 우리 아빠 살려내라”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당시 피해자 이씨의 딸은 “우리 가족은 아무런 준비도 못한 채 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했고, 행복했던 가정은 하루아침에 풍비박산 났다”라며 “자상했던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고, 저희 식구와 할머니는 하루하루 눈물 속에 살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씨의 아내는 “남편의 월급이 정규직 때 2분의 1도 안 됐지만 가족들 뒷바라지를 위해 휴일도 자주 반납한 채 일에 몰두했다”라며 “성실한 가장이자 80대 노모를 살뜰하게 모셔온 효자가 이렇게 황망하게 가다니 믿을 수가 없다”라고 호소했다.

숨진 이씨는 인터넷 서비스 개통과 AS 업무를 하는 설치기사였다. 주 6일을 근무하고도 월급 250만원 정도를 받았던 이씨는 단순히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살인범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

그는 아내와 함께 대학생인 딸과 아들, 80대 노모 등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었다.

사건은 지난 16일 오전 11시 7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충주시 칠금동의 한 원룸에 거주했던 권씨는 평소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자주 끊겨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건 당일 자신의 집을 방문한 인터넷 설치기사 이씨와 인터넷 속도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다툼이 격해지면서 권씨는 흉기를 들고 이씨를 찔러 살해했다. 흉기에 찔린 이씨는 가까스로 권씨의 집을 탈출해 인근을 지나던 행인의 도움을 받았다. 행인은 즉시 119에 신고하였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B씨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으나, 이씨는 끝내 숨지고 말았다.

몸싸움 과정에서 권씨도 다쳐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는데 같은 병실에서 피해자인 이씨와 함께 태연히 누워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권씨는 짐을 싸는 등 도주를 위한 준비를 하기도 했지만 계속된 경찰의 조사 끝에 결국 자백했다.

권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 속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7년 전부터 앙심을 품고 있었으며 사건 당일에도 일부러 시비를 걸었는데 설치기사가 기분 나쁘게 대답해 홧김에 그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세계일보

지난 2017년 6월 충주에서 살해된 인터넷 설치기사 이씨의 딸이 시민들로부터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 연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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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1심 결심공판에서 권씨에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권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이후 2심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권씨는 “죽을죄를 졌다”라고 하면서도 “범행 당시 상황 일부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우발적 범행임을 참작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그는 “인터넷 속도가 느려 주식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봐 화가 났다. 숨진 인터넷 기사가 달아날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아 살인사건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주장은 범행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권씨는 현재 62세의 나이로 복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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