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0 (금)

이슈 오늘의 사건·사고

대법 "‘백색실선’ 침범해 사고내도 보험 있으면 처벌 못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운전 중 일반 도로에서 백색실선을 침범해 사고를 냈더라도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했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아시아경제

대법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백색실선은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침범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해서는 처벌 특례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재판의 쟁점은 ‘진로 변경 제한’을 뜻하는 백색실선을 통행금지 표지로 볼 수 있는지다.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현행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운전자가 통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전표지를 위반해 운전하는 등 특정한 과실이 있는 경우 처벌해야 한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이 '통행금지'와 '진로 변경 금지'에 대한 처벌 규정을 따로 만들어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서로 다른 금지규범을 규정하고 있는데도 진로변경금지 위반을 통행금지 위반으로 봐 단서 제 1호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로변경제한선과 같이 해당 표지를 위반해 진로를 변경하는 것 자체는 금지돼 있으나, 진로를 변경한 이후 해당 방향으로 계속 진행이 가능한 경우 그 위반행위를 ‘통행방법제한’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는 있어도, 법 문언에서 말하는 ‘통행금지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A씨는 2021년 7월 대구 달서구의 편도 4차로에서 백색실선을 넘어 차로를 변경했다가 뒤따라오던 택시가 급정거하게 함으로써 염좌를 일으킨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측은 해당 차로가 “진로 변경을 제한하는 안전표지인 백색실선이 설치된 곳”이라며 공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백색실선을 특례조항의 적용 예외 사유로 볼 수 없고, A씨가 종합보험에 가입했으므로 기소할 수 없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검사가 불복해 상고했으나, 이날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백색실선 침범 교통사고에 대해 반의사불벌죄 규정이나 종합보험 가입 특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종전 판례를 변경했다”며 “교통사고처리법의 입법 취지에 반해 형사처벌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통행금지’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했다는 데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