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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신흥국 통화에도 약세···‘숨은 엔저’ 고착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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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 160엔대 위협

英 파운드 등에 '역대급' 약세

BOJ 통화정책이 매도세 촉발

美연준 금리인하 지연도 영향

"당국 개입 되레 역효과" 지적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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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물론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도 엔저 흐름이 두드러지면서 일본 내에서 ‘숨은 엔저’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엔·달러 환율이 160엔대를 위협하는 가운데 영국·스위스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역대급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숨은 엔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8.09엔을 기록했다. 지난달 153~156엔 수준에서 거래되던 엔·달러 환율이 다시 160엔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닛케이는 “외환 트레이더들이 엔화 매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엔화가 160엔을 넘어설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엔저 현상은 더욱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국 파운드, 스위스 프랑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최근 엔·파운드 환율은 201엔대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엔화 가치 하락)다. 스위스 프랑에 대한 엔화 환율도 1982년 이후 최고치인 178엔대를 기록하며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중국 위안화, 태국 밧화 등 신흥국 통화와 비교해서도 엔저 양상이 두드러진다. 올해 이들 통화에 대한 엔화의 절하 폭은 각각 9.60%, 5.12% 수준이다. 닛케이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숨은 엔저’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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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매도를 재차 촉발시킨 배경에는 BOJ의 통화정책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OJ는 이달 13~14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매달 6조 엔에 달하는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축소 규모 등은 7월 말로 예정된 금융정책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아직까지는 ‘엔캐리 트레이드’에 우호적인 환경이라는 해석이 우위를 보이면서 엔화 매도에 나서 일본 통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캐리 트레이드는 자금 조달 비용이 낮은 지역에서 돈을 차입해 기대수익률이 높은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금리 인하 결정이 늦어지는 것도 엔화 약세를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엔화 약세 압력을 덜 수 있게 된다. 설상가상 BOJ의 시장 개입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BOJ는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4월과 5월에 걸쳐 9조 7000억 엔을 풀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엔·달러 환율이 급격한 조정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달러 이외의 통화에 대해서는 BOJ의 개입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외려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제외하면 BOJ가 적극 개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된 탓이다. 닛케이는 “달러를 제외한 주요국 통화는 물론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도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엔저 인식이 뿌리 깊이 박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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