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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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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백색실선 침범 교통사고, 보험 있으면 처벌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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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합 20년 만에 새 판례

진로 변경 중 실선 넘어 상해사고

“‘통행금지 안전표지’ 위반 미해당”

‘공소기각’ 원심 전원일치로 확정

진로변경을 제한하는 도로의 백색실선을 침범하다 사고를 냈더라도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했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면 운전자를 기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새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 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0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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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백색실선이 '통행금지 안전표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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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1년 7월 주행 중 백색실선을 넘어 차로를 변경했는데 뒤따라오던 택시가 급정거하면서 차에 타고 있던 승객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진로변경 제한을 위반해 사고를 냈다는 이유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 쟁점은 백색실선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통행금지 안전표지’로 볼 수 있는지였다.

교통사고처리법 3조 2항은 운전자가 사람을 다치게 했더라도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했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검사가 기소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단서 조항으로 운전자가 신호위반이나 중앙선 침범, 음주운전 등을 했다면 이런 특례 조항을 적용할 수 없도록 했다.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를 위반한 경우’(1호)도 그중 하나다. 앞서 대법원은 2004년 백색실선이 ‘통행금지 안전표지’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날 대법원은 “백색실선을 넘어 주행한 것은 단서 1호에서 규정한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를 위반해 운전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20년 만에 판례을 바꿨다. 이에 사고 당시 종합보험에 가입된 A씨에게는 해당 특례조항이 적용되므로 검사의 공소제기는 무효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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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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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우선 도로교통법이 ‘통행금지’와 ‘진로변경금지’에 대한 처벌규정을 따로 정해두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금지규범을 규정하고 있는데도 진로변경금지 위반을 통행금지 위반으로 보아 단서 1호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을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진로변경제한을 위반했더라도 해당 방향으로 계속 주행할 수 있다면 “‘통행방법제한’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는 있어도, 법문언에서 말하는 ‘통행금지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교량이나 터널에서 백색실선을 넘어 앞지르기를 하는 경우엔 별도의 처벌특례 배제사유가 규정돼 있다”면서 “백색실선을 ‘통행금지 안전표지’로 보지 않는다고 중대 교통사고의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설명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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