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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국방과 무기

[view] ‘핵우산 동맹’도 열어둔 북·러…한국, 우크라 무기 지원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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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대해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카드를 꺼냈다. 대통령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해 상호 군사·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규탄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는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그간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북·러가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의 협력 강화에 나서자 정부는 그동안 러시아와의 관계를 의식해 꺼려 왔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체결한 ‘조로(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은 “한쪽이 전쟁 상태에 처할 경우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고 선언했다. 새 조약은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라고도 명시해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원하면 핵 무력 사용까지 포함해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동시에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러시아에 포탄·미사일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근거로도 삼을 수 있게 됐다.

북한이 20일 공개한 조약 전문에 따르면 조약 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해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했다.



푸틴, 한반도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선택권’ 생겼다



이는 1961년 ‘조·소(소련)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조·소 상호방위조약) 1조의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상당 부분 되살아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소 조약은 “체약 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연합으로부터 무력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했다.

김정은으로서는 제 손에는 불법적으로 개발한 핵무기를 쥔 채 푸틴이 제공하는 합법적 핵우산을 쓰고 한·미 동맹의 확장 억제 강화에 맞서는 그림을 그리는 것일 수 있다. 미 CNN 방송은 “이번 조약에 따라 러시아의 핵 억지력이 북한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남한에 대한 영토 점령까지 지시한 상황에서 북·러가 이런 조약을 맺은 건 러시아가 한국을 적성국으로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며 “북한이 핵을 쏘면 미국이 확장 억제 보복을 하고, 다시 이번 조약의 4조 발동에 따라 러시아가 핵으로 보복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의미로, 북·러가 레드라인을 심각하게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해당 조항엔 조·소 조약과는 달리 ‘유엔 헌장과 북·러의 국내법에 준해’라는 단서가 달렸다. 명시적으론 자동개입 의무를 지는 것은 피해갈 여지를 남겼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브레이크 조항’들을 근거로 러시아는 편의에 따라 이번 조약이 ‘군사동맹은 아니다’는 식으로 주장할 수 있다”면서 “불량국가인 북한과 러시아가 조약을 이행하기 위해 어떤 실천적인 행동들을 해나가는지가 중요하고, 한·미·일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이 이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새 조약은 8조에서 “방위 능력을 강화할 목적 밑에 공동 조치들을 취하기 위한 제도들을 마련한다”고 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사실상 군사협력을 제도화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미·소 간 체제 경쟁이 격화하던 시기 북한 김일성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전략적 제휴에 따라 맺어졌던 조·소 동맹을 김정은과 푸틴이 수십 년 만에 되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는 7월 미 워싱턴 DC에서 개최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북·러의 군사적 협력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정·박현주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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