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제4이통 무산]③벌써 8번째…커지는 회의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깐깐한 재무적 기준 적용…수익성 유인책 나와야
국내는 경쟁활성화 방점…해외는 '4강→3강 체제'


비즈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스테이지엑스의 자본금 조성계획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제4이동통신사의 출현 시도가 무산될 전망이다. 이번을 포함해 벌써 8번째다. 업계에서는 제4이통사 출현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제4이통사 선정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차례에 걸쳐 추진된 바 있다. 이때도 대부분 재정적 능력 부족을 이유로 선정이 무산됐다. 이번 스테이지엑스 사례 직전인 2016년 1월에도 정부는 3개 신청법인에 대해 "자금조달 계획의 신뢰성과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고, 망 구축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제시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이통사를 선정할 때 자금조달 계획이 매번 장벽으로 작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포화 상태인 이통시장에서 신규 사업자가 투자비용을 회수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에 이를 버틸 자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동통신 가입자 규모는 2022년 말 기준 무려 7699만명으로 인구 대비 보급률이 149.1% 달하는 포화시장인데, 새로운 정권이 등장할 때마다 요금인하 압박이 거듭되고 있어 수익성 확보도 쉽지 않다.

국내 1위 사업자의 수익성도 국제 수준과 비교해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옴디아에 따르면 국내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2022년 4분기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마진율은 3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회원국(한국 제외)의 1위 사업자 평균(38.3%)보다 7.4%포인트 가량 낮았다.

비즈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2023년) 보고서에서 "신규진입(제4이통)의 경우 시장포화에 따른 가입자 유치의 어려움과 설비기반 진입시 초기 투자비용 부담으로 투자비 회수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며 "이를 감당할 충분한 재정적 능력 확보가 중요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재정적 능력이 부족한 사업자를 허용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피해는 일반 가입자들이 보게 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깐깐한 잣대를 무조건 탓하기도 어렵다.

서울YMCA 같은 시민단체가 "이동통신은 사실상 전국민의 생활 전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통신 기본권'을 책임지는 국가 기간사업"이라며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업체가 시장 진입 후 실패할 경우 그 폐해와 부담은 오롯이 소비자와 시장의 몫이 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제4이통사 출현이 경쟁을 촉진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려는 글로벌 트렌드와는 거꾸로 간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 '보다폰'은 '쓰리'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2020년 미국 'T모바일'과 '스프린트'도 합병하면서 미국 이통시장은 4강에서 3강체제로 재편됐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해 활발하게 경쟁하는 상황을 보면, 시장 플레이어의 숫자가 많을수록 경쟁이 활성화된다는 기대감이 꼭 옳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군별 총가입자 점유율을 보면 2022년 말 기준 SK군 40.6%, KT군 24.9%, LG군 22.9%, 독립 MVNO(알뜰폰) 11.6% 순이다. 전년대비 SK군은 1.3%포인트, KT군의 경우 0.8%포인트 감소한 반면, LG군은 0.2%포인트, 독립 MVNO는 1.9%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알뜰폰의 성장으로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은 감소하는 등 시장 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있으나, 이를 통한 경쟁 촉진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알뜰폰 사업자의 절반가량은 기존 이통사 계열이고, 알뜰폰 가입자 30%가량은 사물인터넷 회선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대기업이나 해외 자본이 제4이통을 시도해야 하는데, 아직 어떤 곳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들은 포화 상태인 통신보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규모 자본이 통신업에 관심을 가지게 하려면 통신사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