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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레드라인 밟는 한러...우크라 무기지원 재검토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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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민감한 살상무기 지원 카드 꺼낸 韓

러 대사 초치...대통령실, 강경대응 여부 판단

푸틴 “아주 큰 실수” 즉각 반발, 한국에 경고

헤럴드경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에서 회담을 마치고 걸어가면서 미소 짓고 있는 모습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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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연합]


대통령실이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신조약)에 대한 대응조치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 방침을 시사하며 초강수를 뒀다.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주 큰 실수”라며 즉각 반발한 것은 러시아가 민감해하는 레드라인을 밟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반응을 검토하고 러시아에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을 촉구하면서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갈지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후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는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전투식량, 방탄복, 천막 등 비살상·인도적 물자만 지원해왔다.

정부가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하기로 원칙을 수정하면서 155㎜ 포탄이나 대전차 유도탄 등 탄약을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대통령실은 21일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무기지원은 여러 가지 옵션이 있고, 살상이냐 비살상이냐에 따라 다르게 지원할 수 있는 여러 방법도 있어서 차차 알게 해야 더 압박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정부는 살상무기 지원 검토와 함께 북러 간 무기 운송과 유류 환적에 관여한 대상에 대한 독자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 품목 243개를 추가 지정, 총 1402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이러한 조치는 북러 정상회담 직후인 20일 북측이 공개한 북러 신조약 항목을 분석한 후에 나왔다. 조약 4항은 “쌍방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로씨야 연방(러시아)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한국의 ‘레드라인’에 해당하는 북한의 핵보유 인정이나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담기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조약 2항은 “쌍방은 전지구적인 전략적 안정과 공정하고 평등한 새로운 국제 질서 수립을 지향하며 호상 긴밀한 의사소통을 유지하고 전략전술적협동을 강화한다”고 규정했는데, ‘전략적 안정’은 러시아가 핵 보유국 간 군비통제의 기초가 되는 원칙을 언급하는 표현으로 사실상 북핵 개발을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조약 4항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961년 조약의 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평가했는데, 푸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국빈방문 중인 베트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962년인가로 생각되는데 그때의 기존 조약과 (북러 조약의) 모든 것이 똑같았다”며 “여기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조약은 1961년 조·소(북한과 소련)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으로, 해당 조약에는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담겨있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이번 신조약에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정부의 사전 정보 수집과 사후 판단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한국이 분쟁 지역에 어떠한 무기 공급이 없는 것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한러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한국과의 관계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반발할 한국에게 러시아의 레드라인을 명확하게 한 것이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정도 내용이 나올 가능성을 예상했고 문안이 어떤 수준으로 나오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수위별로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정해서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통상 주요 회담 후 관련국에 회담 내용을 공유하는 ‘디브리핑’(Debriefing)이 이뤄지는데,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후 베트남으로 향했기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다. 회담 당사자인 러시아의 구체적인 설명을 종합해 정부는 추가 강경 대응을 할지, 수위를 조절할지 판단할 예정이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이날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정부는 외교적인 추가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한미일을 비롯해 국제사회와의 공조에 나서며 특히 중국의 역할을 이끄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내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은지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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