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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하마스 궤멸’ 네타냐후 정부에…이스라엘군 대변인 “틀렸다” 정면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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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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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마스를 파괴하거나 하마스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간단히 말해 대중의 눈에 모래를 뿌리는 것이다.”



이스라엘방위군(IDF) 수석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19일(현지시각) 현지 채널 13 티브이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이를 두고 수 달 동안 계속됐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정부와 군 사이 불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20일 에이피(AP) 통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하가리 소장은 “하마스는 이념이자, 정당”이라며 “이들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뿌리 내리고 있다. 누구든지 우리가 하마스를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틀렸다”고 말했다. 이날 하가리 소장의 발언은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궤멸”하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달성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한 것과 다르지 않다. 군 수뇌부가 정부의 전쟁 목표를 정면 반박한 것은 이례적이다.



하가리 소장의 ‘소신 발언’ 뒤 총리실은 곧바로 반박성 입장을 냈다.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안보 내각은 하마스의 군과 통치 능력을 파괴하는 것을 이번 전쟁의 목표 가운데 하나로 정의했다”며 “이스라엘군 역시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공개적으로 드러난 정부와 군 사이 갈등은 이미 여러 달 동안 지속해왔다. 지난 5월 네타냐후 총리와 같은 리쿠드당 소속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정부를 향해 가자 지구 전후 계획을 확립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전후 계획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 입장은 분명하지 않다. 정부는 자신들이 하마스를 파괴한 뒤 ‘대안 정부’를 내세워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안 정부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마스가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이달 초 국방장관을 지낸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가 전쟁 내각에서 전격 사퇴하며 네타냐후 정부가 전후 계획 없이 계속 전쟁을 치르며 애꿎은 병사와 가자에 억류된 인질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군은 8개월 넘도록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하마스 파괴라는 목표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전면전에 돌입하며 가자지구 영토의 3분의 2 이상을 초토화했지만 하마스는 조직을 재정비해 돌아왔다. 예컨대 지난 4월 초 이스라엘군이 가자 북부에서 작전을 마친 뒤 철수했지만 하마스의 군 역량 재건 시도가 포착되면서 한달여 만에 공세를 재개해야 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군 내부에서는 정부가 이렇다 할 전후 계획 없이 전쟁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휴전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퇴역 군인으로 전쟁 베테랑인 이스라엘 지브 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정부와 군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면서 “군은 우리가 전쟁의 목적을 다 소진했다고 느낀다. 우리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전술적 정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제 (이 전쟁을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나쁜 결정이라도 결정은 결정이다. 군은 이를 알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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