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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NW리포트]'구멍 뚫린 내부통제' 시중은행 향한 이복현의 서슬퍼런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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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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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지숙 기자]지난 19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약 10개월만에 유사한 상황이 펼쳐졌다. 은행권의 사건·사고에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이 직접 사과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의 8월에도 경남은행장과 국민은행장, 대구은행장은 직원들의 횡령, 내부정보 이용, 고객문서 위조 등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들의 금융사고에 대해 "존립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1월부터 은행과 금융지주에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규정한 책무구조도가 시행되는 만큼 향후 금융사고에 대한 금융권의 민감도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 시행 1년 반…실효성에 물음표



시중은행의 금융사고 적발이 반복되며 은행권의 내부통제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내부통제 실패와 금융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혁신방안에는 ▲은행의 준법감시부서 인력 및 전문성 확충 ▲동일 부서 장기 근무자 감축 ▲사고 예방조치 운영기준 재설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시중은행 5곳의 금융사고 건수는 2021년 48건에서 2022년 40건, 지난해에는 34건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거액의 금융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KB국민은행(3건), NH농협은행(3건), 우리은행(1건)이 10억원 이상 금융사고를 일으켰다고 공시했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적발된 금융사고 4건은 모두 사고금액이 100억원 이상으로 조사됐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21년 14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뒤 지난해 6건까지 금융사고를 줄였으나 지난해 다시 10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며 두자릿수대로 올라왔다. 올해 안양지점, 용인지점, 대구지점에서 발생한 배임사고 3건의 총 사고금액은 약 500억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의 경우 직원이 실적을 위해 부동산 담보 가치를 부풀려 실제 가격보다 더 많은 대출을 내주는 형태의 업무상 배임사고가 적발됐다.

우리은행은 최근 직원이 조작된 대출서류를 이용해 소액의 기업대출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총 100억원을 횡령한 사고가 드러났다. 직원 A씨는 올해 초부터 대출금을 빼돌려 투자했다가 60억원 가량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022년 700억원대 횡령사고가 적발된지 2년 만에 또다시 거액 횡령사고로 홍역을 치르는 모양새다. 우리은행의 경우 700억대 횡령 사고와 관련해 올해 '기관경고'를 받았으며 관련 직원들도 정직 등에 준하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BNK경남은행에서는 지난해 30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했으며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달 이에 대한 제재 수위를 확정할 전망이다.

포상금 제도·CEO 노력에도 무용지물



시중은행들은 몇 년간 은행권의 횡령 문제가 반복적으로 도마위에 오르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금융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취임 후 '빈틈없는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위한 혁신방향을 제시한 만큼 이번 거액 횡령 사고가 더욱 뼈아플 수 밖에 없다. 취임 당시 임 회장은 "99.9%가 아닌 100% 완벽한 내부통제 달성을 위해 경각심을 늦추질 말아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지점장 승진 평가에 준법감시, 부정감사 경력 필수 요건으로 반영 등의 내용이 담긴 '현장 중심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도입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16명은 지난해 10월 윤리강령 준수 서약식도 진행했다.

국민은행도 몇 년 전부터 조직개편시 내부통제 강화를 꾸준히 내세웠으나 금융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도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준법지원부에 소비자보호팀을 신설해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했다.

KB금융그룹 차원에서도 '내부통제 디지털화'를 추진했으며 올해 4월에는 국민은행이 컨트롤타워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부통제 실효성 강화를 위한 핵심과제를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각 은행들은 부당행위나 금융사고를 고발한 직원에게 포상금 제도도 내건 상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내부 신도 제도 활성화를 위해 포상금을 10억원으로 높였으며 하나금융지주와 국민은행도 포상금 10억원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은 내부고발제도 '신한지킴이'를 통해 최대 포상금 5억원을 지급한다.

"조직문화 변화" 강조한 이복현…제재수위에 촉각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9일 열린 은행장 간담회를 통해 금융권 금융사고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책무구조도 도입 전 은행들의 제재수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원장은 "최근까지도 서류 위조 등으로 횡령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임직원의 도덕불감증,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은행산업의 평판과 신뢰 저하뿐 아니라 영업·운영위험 손실 증가 등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쳐 은행의 존립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은행의 횡령사고와 관련해서도 "상당 부분 파악했다"면서 "개정 지배구조법이 도입되기 전이지만 필요시에는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본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올해 초 지난 2022년 6월 횡령사고에 대해 기관경고를 받은 직후인 만큼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CEO 제재의 경우 아직 임원과 최고경영자(CEO)까지 제재할 수 있는 책무구조도 시행 전인 만큼 비켜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감원은 은행의 조직문화 변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 원장은 "불완전판매 및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임직원의 의식과 행태 변화가 중요하다"면서 "조직문화 정립에 경영진이 앞장서 노력해달라"고 밝혔다.

단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금감원의 은행 조직문화 변화 움직임에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기 위한 조직문화 변화에는 찬성하지만 금감원이 어느 선까지 개입을 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더군다나 각 기업의 고유한 조직문화가 있는 것인데 무작정 해외사례를 도입한다고 해서 금융사고가 줄어들지도 의문"이라고 답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결국 금융사고는 인간의 이기심의 문제인데 이를 제지하려면 결국 내부통제의 강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면서 "국내 준법관리인 제도가 있기 하지만 인원이 너무 적어 사실 내부통제를 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향후 도입될 책무구조도 또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금감원이 주도하는 은행 조직문화 변화의 경우 유인책을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은행들의 내부통제도 결국 다 비용인 만큼 금감원에서 채찍만 때리기보다 인센티브 등을 줘서 은행이 시스템 적으로 내부통제를 잡을 수 있다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지숙 기자 jisuk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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