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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사설] 특검 필요성 확인시킨 ‘채 상병 수사 외압’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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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서 핵심 증인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증인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성재 법무부 장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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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가 21일 열렸다. 야당 단독으로 진행된 이날 청문회에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출석했다.



이미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전방위로 개입한 정황은 여러모로 뚜렷해진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격노해 수정을 지시한 사실은 대통령실도 인정했다. 경찰로 이첩한 조사 결과를 무리하게 회수하고,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하는 과정에서도 고비마다 대통령실과 이 전 장관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 각종 물증과 진술로 점점 드러나고 있다. 이제 핵심 당사자들이 부인과 변명 대신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밝히고 합당한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많은 국민이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 전 장관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으면 선서·증언 등을 거부할 수 있다’는 국회증언감정법 조항을 들어 증인 선서조차 거부했다.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할 때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을 악용해 위증죄 적용을 피하려 꼼수를 쓴 것이다. 국민이 지켜보는 청문회에서 대놓고 위증을 하겠다는 선언과 다를 게 없다. 또 이시원 전 비서관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의 통화 내용 등 기본적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에조차 “수사 중인 상황이라 답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증언을 거부하다가 10분간 퇴장당하기도 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역시 ‘대통령 격노설’을 박 전 단장에게 말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수사 중이라 답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군 검찰엔 “박 전 단장의 거짓말”이라더니, 청문회에선 위증 처벌이 두려운지 증언을 거부한 것이다.



의혹 당사자 전부가 짜기라도 한 듯 불리한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증언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며, 역설적으로 특검의 필요성을 절감한 국민이 많았으리라 본다. 국회 청문회조차 우롱하려 드는 뻔뻔한 행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강제 수사를 통해 실체를 밝히는 수밖에 없다. 국회는 신속히 채 상병 특검법을 의결해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더 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 또 한번 민심을 저버렸다가는 청문회를 보며 더욱 커진 국민의 울분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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