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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북·러 밀착…전 세계에 짙어지는 ‘진영화’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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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24년만의 북한 방문…국제사회 귀추 주목

경향신문

북한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6월 19일 평양시 김일성 광장에서 환영식이 열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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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24년 만에 북한을 찾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오전 2시가 넘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리자 와락 껴안았다. 푸틴 대통령이 의전 차량을 타고 평양 거리를 지나가자 길가에 늘어선 주민들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환영했다. 금수산태양궁전에 다다른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회담을 진행한 뒤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 소식을 알렸다.

러시아와 북한은 서방국의 경제적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적으로 새로운 경제·안보 협력을 약속했다. 러시아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을 방문 직전 ‘깜짝’ 발표했지만, 양국 실무진 간 논의는 훨씬 이전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방북 날짜에 맞춰 북한 노동신문과 크렘린궁 웹사이트에 기고문을 올리고, 구체적인 양국 협력 방안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국으로부터 고강도 제재를 받는 러시아의 이례적인 행보에 국제사회는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방북까지

푸틴이 북한을 찾게 한 계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령 크름반도를 강제합병한 뒤 우크라이나는 서방국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2019년 취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국의 국방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이듬해 자국의 나토 가입을 구체화한 국가안보전략을 승인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푸틴 대통령의 ‘레드라인’이었다. 우크라이나의 위치는 유럽과 러시아를 가르는 경계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2022년 2월 24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를 요구하며 특별 군사작전을 내렸고, 이후 전쟁이 2년 넘도록 이어져 왔다.

전쟁은 사실상 러시아 대 서방국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을 주도로 한 서방국은 러시아가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전방위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2년 4개월간 해외 은행 내 러시아 자산 동결, 러시아산 제품 수입 금지, 러시아 채권·주식 매입 금지, 글로벌 기업의 러시아 지점 철수 압박 등이 이뤄졌다.

제재로 인해 러시아는 2022년 2분기부터 1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맞제재, 원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을 활용한 경제 활동 등을 통해 마이너스 성장은 면했지만, 제재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러시아 경제성장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에도 많은 자원이 소요되고 있다. 러시아가 포탄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 등에서 무기를 밀수하고 있다는 분석도 연달아 나왔다.

전쟁이 장기화하자 푸틴 대통령은 ‘보험’을 들기 시작했다. 북한, 중국 등과 경제·국방 분야 협력을 강화하며 반미전선을 더 강하게 구축했다.

러시아와의 밀착이 도드라진 나라는 이란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지난 2년간 400기의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가 만든 유라시아경제연합(EEU) 회원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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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월 19일 새벽 북한 평양 국제공항에 도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과 ‘경제협력’ 강조한 푸틴…속내는?

북한은 러시아를 우호국으로 두고 있었지만, 정기적으로 정상회담을 하는 중국만큼 가깝게 지내진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하던 2000년 7월 19·20일 북한을 방문한 뒤 24년간 찾아오지 않았다.

양국의 관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두 정상은 지난 6월 19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에는 경제와 안보 분야 협력이 담겼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 협정이 기존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1961), ‘우호·선린·협조 조약’(2000), 북·러 선언(2000·2001) 등 기본 문서들을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18일자 노동신문에 ‘로씨야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연대를 이어가는 친선과 협조의 전통’이라는 글을 기고하며 이 협정을 맺는 이유를 직접 밝혔다. 그는 “우리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를 공동으로 반대해나갈 것”이라며 “또한 이와 함께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를 건설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양국 고등교육기관 간 과학 활동 활성화, 상호 관광, 문화·교육·청년·체육 분야 교류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기고에서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을 “신식 민주의 독재(국가)”라고 규정하고, 미국이 “자주정책을 펴는 나라들을 세계 패권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와 북한은 협정을 맺는 이유로 ‘서방국으로부터의 경제 독립’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무기 거래를 쉽게 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사들였다. 한국 국방부는 북한이 이르면 2022년 중순부터 러시아에 120만 발 이상의 포탄을 보냈다고 지난해 11월 밝혔다. 싱크탱크와 외신은 북한의 러시아산 석유 밀수입 정황을 포착했다.

전 세계 안보에 불안감 심화

갑작스러운 푸틴 대통령 방북에 미국과 일본 등은 경계심을 내비쳤다. 미국 백악관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으로 양국 관계가 가까워지면 북한 탄도미사일이 우크라이나를 타격하는 데 사용되고,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일본 정부는 “러·북 간 무기와 관련 물자 이전을 포함해 우려를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18일 한국 외교부도 중국과 고위 외교안보 회동에서 우려의 뜻을 전했다. 최근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러·북 간 불법적 군사협력의 강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이에 중국은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외신은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이 전 세계 안보에 불안감을 심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가 북한을 ‘무기공장’으로 활용하고, 북한은 러시아의 첨단무기 기술을 지원받는 등 상호 ‘니즈(요구)’가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성능이 뛰어난 지대공 미사일과 방공 레이더를 보유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북·러 간 밀착으로 북핵 및 미사일 위협이 증가할 경우 역내 미군 주둔 규모도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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