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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가사도우미 1만원 주고 18시간 노동착취…英 억만장자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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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영국 최대 부호 힌두자 집안의 아들 아제이 힌두자(왼쪽)와 아내 남라타(가운데), 변호인(오른쪽)이 재판에 나왔을 당시 모습.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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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별장에서 가사도우미에게 하루 최대 18시간 일을 시키고 일당으로 1만원을 준 영국의 한 억만장자 가족이 징역형이 선고받았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 형사법원은 전날 영국 최대 부호인 프라카시 힌두자(78)와 아내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아들과 며느리에게는 징역 4년형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힌두자 일가가 동일 직업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급여만 주는 등 가사도우미들의 노동력을 사실상 착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스위스 연방 검찰은 "한 여성 가사도우미는 일주일에 7일, 하루 최대 18시간을 일하고도 현지 임금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고작 7 스위스 프랑(약 1만원)을 일당으로 받았다"며 "가사도우미들은 휴가가 거의 없었고, 몸이 아파도 병원비를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고 밝혔다.

가사도우미들의 여권도 힌두자 일가가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힌두자 일가에게 인신매매 혐의도 적용됐으나, 재판부는 가사도우미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동의한 점을 근거로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법정구속을 피한 힌두자 일가 측은 재판부의 이러한 결정에 "실망했다"며 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고령 내지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 출석을 꺼렸던 힌두자 일가는 이날 재판에도 나오지 않았다.

힌두자 일가는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부인해왔다. 지급된 급여가 과소 평가됐고, 가사도우미들이 고향인 인도에 있을 때보다 스위스에서 충분한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이 불리하게 흐르는 것을 의식한 듯, 힌두자 일가는 최근 가사도우미들과 비공개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힌두자 일가는 순자산 370억파운드(약 65조원) 이상을 보유한 영국 최대 부호 집안이다. 영국에서 금융, 정보기술(IT), 부동산 등 수십 개 분야에서 사업을 거느리고 있다.

최고급 스위트룸이 하룻밤 2만5000파운드(약 4400만원)에 이르는 래플스 호텔도 이 집안 소유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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