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너에게 의지해도 될까?“…중학생과 교제한 女교사, 수사 받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학생 제자 졸업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B양 가족 “교육청 측 ‘친하겠죠’라며 넘겨

대전시교육청 “상담 거쳐 A씨 다른 학교로 보내…현재 재조사 중이며 경찰 수사 의뢰”

학생과 교사 부적절 교제시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 적용…“성별 관계없는 성적 그루밍”

세계일보

대전의 중학교 교사인 A씨가 사적인 만남을 가지던 제자 B양 가족에게 보낸 문자. TJB 대전방송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학생 제자와 부적절한 교제를 한 교사에 대해 대전시교육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학생의 가족은 교육청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중학교 교사 A(20대)씨가 옛 제자인 B양에게 지속적으로 부적절한 내용의 편지와 문자 메시지를 보내 만나기를 요구했다는 민원을 받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한편,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21일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월 졸업한 B양이 고등학교에 진학했음에도 지속해 전화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B양에게 본인이 성소수자임을 밝히고 개인 고민을 토로하거나 울며 ‘너에게 더 의지해도 될까?, 더 특별하게 생각해도 될까?’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양 어머니는 지난 20일 TJB대전방송을 통해 딸이 여교사와 신체적 접촉을 포함한 부적절한 교제 중이란 사실을 알고 지난해 11월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교육당국이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B양 가족은 A씨와 B양이 차 안에서 껴안거나 ‘뽀뽀 그 이상의’ 신체접촉을 했다고 들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처음 두 사람의 관계를 파악한 B양 가족은 A씨에게 ‘B양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해 11월까지도 A씨 B양의 관계는 계속됐다. B양의 가족은 “연락이 두절되거나 친구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하는 일이 잦았는데 알고 보니 A씨가 연락해 만나는 것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에 더해 A씨는 ‘뭐가 문제냐’는 식의 뻔뻔한 태도를 보이거나 ‘내가 없으면 B의 상태가 더 안 좋아질 것이라며 협박조로 말하기도 했다.

세계일보

A교사가 중학생 제자에게 보낸 편지. TJB 대전방송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 B양 가족은 “교육당국이라도 문제해결에 나서주길 바랐지만, 당시 학교 측은 A씨의 정신 건강 등을 이유로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결과를 통보받은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B양 어머니는“‘왜 여자애를 사귀고 있냐. 그것도 학교 선생님인데’라고 말했더니 교육청에선 그냥 ‘친하겠죠’라고만 했다”며 황당해했다.

B양 가족 측은 “A씨의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으로 원치 않는 교제 관계에 놓였던 아이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정체성이 확립되지도 않은 청소년 여자아이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해 성소수자임을 밝히고 정신적으로 의지하려고 하는 것이 교사의 직분에 맞는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아무 제재 없이 지난해부터 다른 중학교에서 근무했으며, 논란이 터지자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제자와의 동성 교제 사실을 온라인에 유포한 학생들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교육청은 이 사건이 보도되자 합동조사반을 꾸려 당시 민원을 접수했던 동부교육지원청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학생과 교사의 부적절한 교제 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대전시 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B양 가족에게 민원 접수 절차를 안내하고, 학교 상담을 거쳐 A씨를 다른 학교로 보냈다”고 해명했다.

세계일보

대전시 교육청 전경. 대전시 교육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교사와 제자의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주로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가 적용됐다. 미성년제 의제 강간은 당사자의 동의와 관계 없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간음 또는 추행한 19세 이상 성인에게 적용된다.

앞서 지난 2022년에도 대구의 한 고등학교 기간제 여교사가 남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그루밍’이라며 “성별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