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방문 중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일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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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선넘으면 우크라 무기 지원 제한 없다’ 경고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3일 KBS에 출연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관련한 질문에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 무기를 북한에 준다면 우리가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습니까. 국민 여론도 그럴 것이고”라고 답했다. “그런 부분은 러시아 측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다.
앞서 푸틴은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초정밀 무기 공급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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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실장은 이와 관련,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어떤 무기를 제공할 것이냐는 살상 무기든 비살상 무기든 굉장히 여러 단계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며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응해 오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무기 지원의 조합이 달라질 것”이라고 응수했다.
러시아가 선을 넘을 경우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는 무기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취지인데, 중동에서 ‘K방산’을 이끄는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Ⅱ’ 같은 최신예 방공무기는 물론 1~2m에 불과한 타격 오차 범위의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등 한국이 보유한 정밀 무기로 맞대응하겠다는 뜻일 수 있다. 한국에 타협 불가한 ‘레드 라인(임계선)’은 위성이나 핵추진잠수함 등 첨단 전략무기 기술 이전보다도 훨씬 가까운 곳에 그어져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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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단호할 때”…정부, 한 달 전부터 대응 준비
다만 장 실장은 그러면서도 “러 측이 하기 나름”이라며 러시아의 행동에 달렸다는 취지의 발언도 수차례 했다. 또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거나 제재 받는 상황이 아니게 전쟁이 마무리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대러 관계를 관리하겠다는 전략 하에 정부가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는 발언이다. 장 실장은 “북한이 통제가 안 되는 예측 불가능한 집단인데, (다양한)지원을 해주면 러시아에 어떻게 나올지, 그 부분도 러시아가 고려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당장 우크라이나전을 치르느라 여력이 없는 러시아가 선을 넘지 못하도록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미 한 달 여 전 러시아가 북한과 도를 넘는 협력을 명문화할 수 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준비해 왔다고 한다.
즉각적으로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재검토’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배경인데, 행동에 바로 옮기는 게 아니라 우선 모호성을 유지하며 러시아의 실제 행동에 따라 대응 수위를 정하겠다는 전술로 읽힌다. ‘상대방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확실히 지목하되, 선을 넘을 경우 우리 측 대응은 모호하게 규정한다’는 억제의 원칙을 따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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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 ‘3종 세트’에 초정밀 유도 기술 적용 가능성
이와 관련, 푸틴 역시 아직은 말로 응수하며 초정밀 무기에 대한 추가적 설명도 덧붙이지 않았다. 첨단 무기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군 안팎에선 북한의 기존 재래식 무기에 초정밀과 관련한 기술이 적용될지 주목한다. 러시아가 핵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게임 체인저’급 첨단 무기를 지원하는 게 전 세계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인 것과는 별개로 남한을 노리는 다양한 재래식 무기 기술의 급진전이 한국 안보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600㎜ 초대형방사포(KN-25)로 이뤄진 북한의 ‘SRBM 3종 세트’에 러시아의 초정밀 유도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을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전술핵 탑재를 염두에 두고 대남용으로 3종 세트를 개발했다.
KN-23과 KN-24는 러시아에 수출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기서 북한과 러시아 간에 위험한 이해관계의 접점이 발생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월 두 기종을 지목하며 "북한산 미사일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최소 24발 발사됐지만, 이 중 2발만 목표물을 명중했다"고 밝혔다. 형편없는 북한 미사일의 명중률을 개선하는 게 북한과 러시아 양측 모두에 ‘윈윈’이 되는 셈이다.
‘북한판 이스칸데르’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치솟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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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해당 미사일에 ‘원조’ 격인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광학 유도 기술이 적용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러시아 이스칸데르는 디지털영상대조항법(DSMAC·Digital Scene-Mapping Area Correlator) 기술로 표적의 영상정보를 종말 단계에서 대조해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KN-23 등에도 해당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SRBM은 DSMAC 기술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위성항법체계 등을 통한 유도 기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DSMAC이 적용되면 목표물 타격에 대한 오차 범위를 30~50m에서 10m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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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 미사일, 수도권 겨냥 방사포 개량 주목
관련 기술이 순항미사일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은 2021년 9월 화살-1형을 처음 시험발사한 이후 수차례 화살-1·2형을 쏘면서 순항미사일 기술 향상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올 들어서만 여섯 차례에 걸쳐 다양한 종류의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목표한 건물의 창문도 맞출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정밀성을 핵심으로 하는 순항미사일에 러시아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면 북한 입장에선 천군만마를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반대로 한국 입장에선 포착과 요격이 그만큼 힘들어진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월 1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11~12일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국방공업기업소들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240㎜ 방사포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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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의 초정밀 유도 기술을 240㎜ 방사포에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해당 방사포는 "서울 불바다"를 위협할 때마다 꺼내는 북한 장사정포의 주력이다. 유사시 수도권을 향한 물량 공세 용도이지만, 최근 정밀성도 더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신형 240㎜ 방사포의 유도화 시험발사, 4월 검수시험사격을 진행한 데 이어 5월 유도성을 점검했다고 공개했다.
우크라이나와 장기전을 치르는 러시아 입장에선 이런 재래식 무기 기술을 전수해 북한을 ‘군수공장화’하는 게 이득이라는 점에서 우려는 더 커진다. 동시에 북한은 보유 무기의 실전 능력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등 3축 체계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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